사회 사회일반

아찔한 춘화…이왈종 개인전

향은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정화하며, 이를 담는 향로(香爐)는 신성함과 위엄을 상징한다. 자신만의 색다른 향로를 만들기로 한 인기작가 이왈종(65)은 그 꼭대기에 벌거벗고 뒤엉킨 남녀 조각상을 올려놓았다. 춘화(春畵)를 입체로 제작한 적나라한 애정행각이다. 인사동 노화랑에서 전시중인 작품들, 유심히 보기에는 다소 민망하고 애써 못 본 척 하기도 머쓱하다. 향로는 바닥에 향꽂이가 있고 그 위를 투조(透彫)형식의 몸체가 덮는 구조다. 투각된 ‘이왈종표’ 나무와 꽃, 동물과 사람이 간략하고도 해학적인 조화를 이룬다. 향을 켜면 뚫린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정상의 남녀를 감싼다. “두 남녀의 ‘인연’에서 비롯된 행위지만 이를 통해 잉태되는 새 생명에는 ‘우연(성)’이 개입합니다. 인간의 생로병사 희로애락은 쾌락의 순간을 태워버린 그 이후부터 시작이죠. 성냥불을 켜는 게 인연의 작용이라면 타들어가는 향은 마음을 비우는 과정입니다. 연기(緣起ㆍ인연설)에 의해 움직이는 인생을 보여준 것이고요, 향로의 구멍에서 뿜어나 제각각 움직이는 연기(煙氣)는 삶의 노정과도 같습니다.” 미술대학 교수직을 떨치고 홀연 서귀포로 들어가 올해로 20년 째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를 그려온 작가의 설명은 득도한 설법과도 같다. “중도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임을 깨달으면 외설 이면의 예술이 보인다. 장지에 그린 12폭 춘화 화첩이나 18개의 골프 공에 노골적으로 묘사한 에로틱한 그림도 같은 맥락이다. 2년만인 이번 개인전에는 향로와 춘화 외에 제주풍경ㆍ골프를 소재로 한 회화와 부조 40여 점이 선보인다. 몇 가닥 선에 긴 얘기를 녹여내는 필력과 산뜻한 색감이 봄을 재촉한다. 14일부터 27일까지.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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