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9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지난 16일 워싱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오는 2010년 G20 의장국인 한국이 영국ㆍ브라질과 함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세부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트로이카’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것이었다. 선진국 위주의 국제금융질서가 재편되는 역사적 순간에 한국이 주도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지난 수 주 동안 국제금융 무대에서는 우리에게는 ‘쾌거’라 일컬을만한 일들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에 성공했고 그동안 심드렁하던 일본과 중국를 설득해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스와프 확대로 ‘원화의 국제화’라는 꿈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는 조금은 성급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정부가 숨가쁘게 쏟아낸 쾌거와 논평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키플레이어가 다 된 듯하다. 하지만 이쯤에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자.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금융불안 해소에 큰 도움이 되는 성과임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제 금융공조라는 흐름 아래 이뤄진 시한부 조치다. 게다가 미국은 달러화를 내주더라도 원화는 받지 않겠다며 한국이 미국과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는 사실에 쐐기를 박지 않았던가. ‘G20 공동 의장국’이라는 지위에 대해서도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인 만큼 한국의 실력은 국제금융시장의 시험대에서 낱낱이 까발려질 것이 뻔한데 국제금융 전문가나 정보력 부족이 고질문제로 지적돼온 우리나라가 그만한 역량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오죽하면 업무를 주도하게 될 기획재정부 실무진조차 의장국 수락을 반대했을까. 무엇보다 국제 무대의 쾌거를 이루는 동안 국내경제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과제들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운 국민에게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 제고는 뜬구름일 뿐이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낭보가 아니라 내일에 대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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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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