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317%… 대만의 4배수준/부가가치 증가율은 71년이래 최저/성장·수익·생산성 3대지표 사상최악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물건 1천원어치를 팔아 58원의 금융비용을 지불한 뒤 겨우 10원의 이익을 챙겼다.
1천원 어치를 팔아 94년에 27원, 95년에 36원을 남긴데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12일 한은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자료를 보면 성장성, 수익성, 재무구조, 생산성 등 기업의 모든 성적표가 사상 최악의 수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우선 성장성을 의미하는 매출액 증가율은 수출 및 내수부진의 영향이 뚜렷했다. 매출물량은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반도체 등의 가격하락에 따라 매출액의 증가율은 95년의 절반수준에 머물렀다.
수익성은 더 큰 폭으로 떨어져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이 지난 82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 수익성을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취약점은 금세 드러난다. 우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5%로 일본의 3.3%(95년)보다는 높고 미국의 7.7%(95년), 대만의 7.3%(95년)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 그러나 결산후의 경상이익률은 미국의 7.9%, 대만의 5.1%, 일본의 2.9% 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1.0%에 머물렀다.
한은은 그 원인을 우리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과 금융비용에서 찾고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3백17.1%. 95년의 2백86.8%에 비해 30.3%포인트나 오른 수준으로 미국의 1백59.7%, 일본의 2백6.3%, 대만의 85.7%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처럼 부채규모가 커지자 금융비용부담이 급격히 늘어났다. 금융비용부담률은 일본이 1.3%, 대만이 2.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8%에 이른다. 차입금 평균이자율이 95년 11.7%에서 지난해 11.2%로 떨어졌는데도 금융비용부담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바로 부채규모가 그만큼 크기 때문. 빚으로 장사하는 속성을 고치지 않는한 과다한 금융비용부담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95년중 4.7%의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을 기록하는 호조를 보였던 반도체, 철강 등 중화학공업의 경우 지난해 1.5%로 급락했다.
경공업은 상황이 더 나빠 95년의 0.7% 증가에서 마이너스 0.5%로 반전됐다. 경기부진의 영향이 가장 심각했고 결과적으로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생산효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설비투자 효율은 95년 73.4%에서 지난해 64.5%로, 부가가치율은 26.4%에서 24.4%로 각각 떨어졌다. 당연히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증가율도 호황을 누린 95년의 19.2%에서 지난해 1.1%로 급락했다. 지난 71년 기업경영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손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