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아이폰 시리가 주는 재미·도전


"나랑 결혼할래?""그냥 친구로 하는 게 어때"(시리). "너는 누구니?""나는 그냥 나야""빈 라덴은 어디있니?""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너, 감정을 느낄 수 있니?""가능하다고 생각해." 일단 애플의 시리(Siri)에 대한 초기 흥행은 성공적이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가서 아이폰4S의 새로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시리를 검색하면 관련된 수십개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시리의 답변이 재미있어서 묻고 답하는 장면들이다. 물론 휴대폰의 음성인식 기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음성으로 검색하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폰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시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답변이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고 때로는 맛깔스럽기 때문이다. 시리에 '사랑해'라고 말하면 "다른 휴대폰에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라는 재미있는 답변이 되돌아온다. 이 같은 기능이 가능한 것은 음성인식 기술과 함께 인공지능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분석ㆍ추론ㆍ학습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연 이 기능으로 애플이 또 한번의 폭발적인 도약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아직 시리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차원이다. 과거의 음성인식 기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복잡한 것을 물으면 "질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답변이 이어진다. 수년 전 휴대폰 화상통화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환호했다. 휴대폰으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한다는 것이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오던 꿈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상통화는 곧 시들해졌다. 사실 우리가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연인 이외에 얼마나 있을까. 또 화상통화를 하려면 주위에서도 통화내용이 다 들릴 만큼 볼륨을 크게 하고 통화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반면 시리의 인공지능 기능이 초기 단계인 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초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는 사람과 슈퍼 컴퓨터의 대결로 인기를 모았다. 결과는 IBM의 슈퍼 컴퓨터 왓슨의 완승. 왓슨은 인간 퀴즈 왕 두 사람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방대한 슈퍼 컴퓨터를 이용,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분석ㆍ학습ㆍ추론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시리가 아직은 슈퍼 컴퓨터만큼의 인공지능 기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결국 시간 문제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애플이 시리의 기능을 전부 보여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일단 재미 위주로 검색과 대화 기능만을 중심으로 선보였을 뿐 진짜 애플의 속내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시리의 인공지능 기능을 상거래와 연결하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오늘 가야 하는데"라고 물으면 바로 각종 항공편 스케줄이 나온다. 여기서 항공편을 선택한 뒤 "내 카드로 결제해줘"라고 하면 바로 결제까지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시리가 상업적으로도 막강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애플이 시리를 내놓자 구글은 바로 이틀 뒤 16개 언어를 바로 통역해 대화할 수 있는 '구글 번역 대화모드(Google Translate Conversion Mode)'를 내놓았다. 올해 초 출시 당시 영어와 스페인어만 가능하던 것을 한국어ㆍ프랑스어ㆍ독일어ㆍ중국어ㆍ일본어ㆍ포르투갈어 등 14개국 언어를 추가한 것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중국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사람도 중국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중국어로 통역돼 전달되고 중국어 답변은 나에게 한국말로 통역돼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벨 연구소의 김종훈 사장은 "미래를 보려면 기술을 보지 말고 서비스를 봐야 한다"며 "향후 IT의 흐름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앱을 거쳐 결국은 서비스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서비스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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