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호변경/김영종 동아증권 대표이사(로터리)

최근 우리 증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상장회사의 상호변경 러시이다. 상장역사가 오래된 회사든 그렇지 않은 회사든 경쟁이라도 하듯 이름을 바꾸고 있다.예전에는 상호자체로 그 회사가 어떤 업종에 속해 있으며 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이름만 들어서는 전혀 짐작하기가 어려운 회사들이 많다. 예를 들어 「XX인더스트리」라는 상호는 섬유, 화학, 전기전자 업종에까지 두루두루 사용되고 있으며 시대상황을 반영하여 텔레컴, 텔레텍, 디지텔 등 첨단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국제화에 부응하듯 영어명칭 사용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25개 회사가 상호를 바꾸었고 그 중 대부분이 약간은 촌스럽지만 향토색이 진한 이름을 버리고 외국어가 사용되고 첨단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들로 바꾸었다. 이러한 회사이름의 첨단화(?)의 배경에는 지난 2년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기존 사업구조에 대한 한계극복 및 이를 위한 첨단업종으로의 구조변경이라는 경영자들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기업 인수·합병(M&A)이 열병처럼 퍼지면서 많은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복을 바꾸어 입는다고 해서 중학생이 고등학생으로 되지 않듯 상호변경 자체가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회사이름에 걸맞는 회사내부의 개혁 의지 그리고 사업구조변경에 대한 구체적 전략 및 이에 대한 노력이 함께 할 때 상호변경은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금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라는 평을 받고 있는 피터 린치는 그의 저서 「비팅 더 스트리트」에서 회사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시니컬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다음 두가지 이유중의 하나로 이름을 바꾼다. 결혼을 하였거나(인수·합병) 일반인들이 잊어주었으면 하는 큰 사건에 연루되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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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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