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북측도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상투적인 대남비방 없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곧바로 정상회담 같은 파격적인 관계개선이 있을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남북 모두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희망을 갖게 한다.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의지 표명은 안팎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경제난 탈피나 화폐개혁으로 흉흉해진 인심을 수습하기 힘들고 미국과의 대화도 진척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년 공동사설이 예년과 달리 남한 비방을 자제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우호적인 논조를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표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남북관계 개선을 조급하게 서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먼저 과거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의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퍼주기식' 또는 ' 이벤트성' 행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이제는 만남을 위한 만남보다는 만남의 '콘텐츠'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남북 간에는 북한핵 문제 외에도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이라는 인도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무리하게 의욕을 앞세우기보다 남북대화를 위한 여건부터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 간의 공개적이고 상시적인 대화기구 마련을 제안한 것은 아주 적절하다. 더 이상 비공식적인 물밑접촉과 같은 방법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차로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북한도 이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상투적인 긴장조성 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 문제와 납북자 송환 문제 등의 해결에 성의를 보이고 6자회담에도 복귀할 경우 남북관계는 저절로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