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0대 그룹 중 오너 일가 친족 많은 2~3개사 타깃

■ 공정위, 친족분리기업 전수조사<br>계열사 재편입 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br>모기업 의존도 크게 줄어 경영 타격 불가피

노대래(왼쪽) 공정거래위원장이 10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공정거래위원회의 친족분리기업 현황 조사는 총수 일가의 '친족'이 유독 많은 대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친족분리기업이 많으면 그만큼 분리 승인 과정 등에서 문제가 발견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친족 기업 조사의 핵심이 10대그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2~3개 그룹이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친족분리기업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되지 않는 상태에서 모든 기업을 동시에 조사하기는 어렵다"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62곳 중 한 그룹을 샘플로 골라서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10대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친족분리기업 수를 보면 LG가 37개로 가장 많고 롯데(17개), GS(12개), SK(10개), 한화(5개), 삼성(3개), 현대차(2개) 등의 순이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친족 분리 과정에서 ▦친인척 범위 ▦지분보유 현황 ▦채무 등 주요 요건을 갖췄는지 1차적으로 들여다보고 이후 지분 및 채무 보유 변동 상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친족분리기업은 계열사로 재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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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지난 2005년 대기업의 미편입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실시해 15개 기업집단 소속 50개사를 적발하고 5개 기업을 계열사에 재편입했는데 이런 조치가 8년 만에 재연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열사로 다시 포함된 기업은 각종 '대기업 규제'를 다시 적용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친족분리 기업은 최초 모기업으로부터 일감 상당수를 받아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많게는 99%에 달하는 곳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A라는 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B라는 기업이 전체 매출의 90%를 A기업과의 거래에서 올렸다고 가정할 경우 이 기업은 앞으로 지분율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되고 자연히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분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곳으로 확인되는 기업이 있다면 기존 영업 구조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친족분리기업의 요건에서 삭제됐던 '거래의존도' 조항 역시 이번 조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규정은 친족분리기업의 최근 1년간 매출의 상호의존도가 50% 이상일 경우 독립기업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현재 공정위는 해당 조항을 되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자부품 업체를 설립한다고 하면 삼성이나 LG와 일정 수준 이상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규제하면 기업을 세우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10월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친족분리 제도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독립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거래의존도를 추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대기업집단과 친족분리기업 간 거래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의무공시제' 도입 또한 이번 조사 이후 다시 한번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그룹이 B기업의 지분을 새로 소유하는 등 기업 행위를 할 때 이를 시장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로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던 제도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은 현황을 조사해 파악하는 게 우선 순위이고 공시제도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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