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폰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붕어빵’ 장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양한 신규 사업들을 발굴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핸드폰용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 선양디엔티 양서일(45ㆍ사진) 대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진화하는 것 뿐”이라며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후 반도체 관련 업체의 해외영업부에서 근무하다가 32세에 반도체 디자인 설계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선효득(현재 힘스 대표)씨와 함께 선양디엔티의 전신인 반도체 후공정 전문 업체 ‘선양테크’를 설립했다. 그는 “반도체장비사업이라는 게 설비 투자가 많이 드는 분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영업 부문과 기술, 디자인 설계에 있어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겁 없이 도전했다”고 회고했다. 이들 젊은 창업자들의 운영 방식은 기존 업체들과 많이 달랐다. 몸집을 최소로 줄이는 전략으로 후발 업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한 것. 양 대표는 “설계, 소프트웨어 테스트, 영업 등 핵심 분야는 내부에서 맡고 대신 설비 부담이 큰 생산은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몸집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도체사업의 특성상 기복이 심하고 우리나라는 특히 후공정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끌고 갈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나섰다. 그렇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목말라 하던 중, 지난 2000년을 전후해 IMT 2000 사업자가 선정되는 등 휴대폰시장이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자 그 이듬해인 2001년 자회사인 카메라 모듈 전문기업 선양디지털이미지를 세웠다. 양 대표는 “2004년부터 카메라폰시장이 본격 열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앞서나간 판단이기는 했다”면서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덕분에 비싼 수업료까지 치러야 했지만 선발 업체로서 시장선점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회사의 주력사업이 카메라 모듈로 옮겨가자 2004년에는 선양디지털이미지와 선양테크를 합병, 선양디엔티로 회사 이름도 바꿨다. 이 회사의 카메라 모듈 사업 부문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1.2배, 2.5배 등 소수점 단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줌 기술에 있다. 탁월한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 삼성전자를 비롯해 팬택앤큐리텔ㆍSKY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매출도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장비의 비중이 약 9대1 정도다. 특히 지난해는 양 대표에게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상반기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이 가동되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며 8월에는 카메라 모듈 전문 업체 중에서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양 대표는 이 여세를 올해도 몰아가 매출 목표로 잡은 1,200억원 중 80% 이상을 카메라 모듈 부문에서 일군다는 전략이다. 합병 시점인 2004년 매출 768억원, 지난해 840억원(잠정치)에 비해 상당히 욕심을 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카메라 모듈 생산 규모를 지난해 대비 25% 늘어난 월 2,500만대 생산 체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최대 이슈인 슬림폰시장을 겨냥해 초슬림 카메라 모듈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5㎜ 두께의 130만화소와 6㎜ 두께의 200만화소 제품의 개발을 마친 상태. 또 광학 3배 줌 500만화소 제품과 손 떨림 방지 기능의 300만화소 제품도 개발, 디지털카메라에 손색이 없는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 웨이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1,500만대로 늘려 중국에 판매할 제품은 전량 이곳에서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반도체장비사업 부문도 전열을 다시 가다듬고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 패키징 장비에서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워터제트ㆍ레이저클리닝 등 새로운 장비시장에 진출, 100억원을 추가로 거둬들일 계획이다. 선양디엔티가 이렇듯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게 된 데는 최종곤 상무, 계동완 이사 등 임원진 대부분이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 단단히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핸드폰용 카메라 모듈시장의 경쟁이 격화돼 수익이 당초 기대보다는 못 미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양 대표. 그래서 그는 카메라 모듈사업을 ‘붕어빵’ 장사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친환경 분체도장 방식인 ‘BP(Barrel Painting)시스템’을 일본 유수 업체와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광학기술을 활용해 작은 휴대폰 화면을 크게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휴대용 HUD(Head Up Display) 제품, 카메라 모듈 기술을 적용해 자동차의 주행 상황을 기록할 수 있는 블랙박스폰 등 끊임없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양 대표는 “선양이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땀 흘리며 함께 해준 선양 식구 덕택”이라며 직원들에게 공(功)을 돌렸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진화없는 기업은 생존 못한다" “중소기업은 끊임없이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항상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하자.” 양서일 대표는 ‘진화’의 완성은 창조적인 사고와 실천에 있다고 본다. 특히 창조적인 사고를 위해 임직원의 의견에 귀를 열어놓는 자세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기업이 진화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는 경영자 개인의 생각만으로 창출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하는 양 대표. 그 일환으로 매주 한 차례 이상 상무이사 이하 팀장급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 아이템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토론 문화를 정착시켜놓고 있다. 이와 함께 사내에 ‘제안촉진제도’를 두고 사업과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그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는 데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며 직원들에게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데 적극적인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람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양 대표는 450여명에 달하는 대식구에 대한 배려에도 소홀함이 없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내는 회사가 삭막한 곳이어서는 되겠느냐”는 양 대표는 주변 업체나 공단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과실수가 있는 정원과 작은 실내 연못을 1층 로비에 마련해놓고 건물 안에 농구대ㆍ탁구대 등도 설치해 직원들의 건강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 약력 ▲ 62년생 ▲ 중앙고, 인하대 금속공학과 졸업 ▲ 86년 현대전자 해외영업부 근무 ▲ 88년 한미금형 해외영업부 근무 ▲ 93년 선양테크 설립 ▲ 2001년 선양디지털이미지 설립 ▲ 2004년 선양테크, 선양디지털이미지 합병, 선양디엔티 대표이사 ▲ 2005년 ‘2005 부품소재기술상’ 기술혁신 부문 대통령표창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