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비수가 법제화 서둘러야

작업시간 기준은 8년전 모델… 보험사·정비소 잇단 수리비 분쟁

지난해 말 자동차 정비에 소요되는 작업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계약까지 체결됐다가 무산됐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산하 태스크포스(TF)에 소속된 정비업체 대표들이 연구용역 발주 직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비에 걸리는 표준작업시간의 기준을 마련하려던 보험사들은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한 손보사 고위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물적 사고(자동차 정비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지급보험료의 30%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두 배인 60%나 된다"며 "그렇다 보니 정비비용을 놓고 분쟁의 소지가 많은데 이런 싹을 미연에 잘라내야 함에도 정비업체들이 제도 마련에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요금은 작업시간에 시간당 인건비인 공임을 곱해서 산출되는데 작업시간의 경우 지난 2005년 발표된 기준을 아직도 적용하고 있다. 공임은 2005년과 2010년에 조사가 이뤄졌다. 차는 나날이 고급사양으로 바뀌는데 작업시간은 8년 전 연구용역 결과를 쓰고 있으니 현실을 반영하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런 기준도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이라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정비수가의 경우 시장 실패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어 법적 고시가 바람직하다고 단언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기초조사를 위한 연구용역마저 뚜렷한 이유 없이 반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TF 가동은 정부가 시장원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비요금공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자 정비업계와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2011년에 시작됐지만 1년 만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정비요금과 관련한 양측 간 입장차이는 확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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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계는 기본적으로 차량의 첨단화와 고급화로 작업시간(정비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험사들은 정비요금이 올라가면 결국 고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제대로 따져보자는 입장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정비업체 수가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영세해 정비비용이 높게 청구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비요금을 둘러싼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삼성화재가 정비요금 과다산정을 이유로 평택에 있는 한 정비공장에 소송을 걸어 1심과 2심에서 모두 이기기도 했다.

정부는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 정부 측 인사를 위원장으로 앉혀 정비업계와 보험사 간 이견조정에 더 공을 들일 방침이다. 한 손보업계 고위관계자는 "현재 협의회 위원장에 국토교통부 인사를 두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라며 "협의회에 제재권을 두는 것도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와 정비업체 양측이 수긍하는 가이드라인이 빨리 법제화돼야 법적 소송 등의 사회적 비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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