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노른자 띄운 모닝커피에서 핸드드립 커피까지

■ 한국 커피점 변천사<br>70년대 'DJ 오빠' 전성시대<br>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유행시켜 바리스타 내세워 맛 경쟁 치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마니아는 고종으로 알려져 있다. 고종은 을미사변 후 러시아 공사관에서 지낼 때 처음 커피를 맛보았는데 궁으로 돌아온 후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집을 짓고 커피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제 강점 직후에는 일본인들이 속속 서양식 다방을 열었으나 당시 커피는 일본인과 특수 계층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료였다. 커피는 해방을 맞아 미군이 주둔하면서 일반 대중의 기호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한반도에 상륙한지 반세기만에 대중에게 확산된 커피는 1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2010년 현재 한국인 한사람당 연간 350잔을 마시는 필수품이 됐다. 특히 최근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뇌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 그동안 난치병으로 치부되던 뇌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피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도 세월의 흔적을 따라 변해왔다. 다방에서 시작해 커피숍, 스타벅스의 등장, 이색 카페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는 커피 음용 공간은 한국 젊은층의 소비 코드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제일기획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소비자 3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의 44.2%가 일주일에 2~3회 이상 카페에 간다고 응답했으며 주4회 이상 이용자도 여성 16.5%, 남성 19%나 됐다. 응답자의 40%가 카페에 1회 방문할 때 한 끼 식사비를 웃도는 평균 9,000원 이상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추억의 한 장면, 다방 지식인과 고급 상류 문화의 표상이었던 1900년대 초기 다방은 1950년대 인스턴트 커피 도입 후 대중화되면서 만남의 장소로 떠오른다. 이 시기 다방은 이른바 '다방 커피'라 불리는 인스턴트 커피,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모닝 커피, 전통차를 두루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즉 커피는 사람들과 더불어 마시는 음료요, 사람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문화 공간이었던 것이다. 컬러 TV가 보급되기 전인 70년대에는 디스크자키(DJ)가 유리로 만든 음악실에 앉아 손님의 신청곡을 LP 레코드로 틀어주는 음악 다방이 유행했다. 서울 무교동의 '약속다방', 명동의 '꽃다방', 종로의 '양지다방', 연대 앞 '독수리다방', 종로2가 '르네상스' 등 이름만 들어도 낭만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시집을 한 손에 든 여대생, 장발에 도끼 빗을 뒷주머니에 찬 청년들은 팝송을 들으며 미팅을 했다. ◇스타벅스의 등장과 커피 문화의 변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 스타벅스 1호점의 등장은 빠른 속도로 유사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탄생시키며 한국인의 커피 문화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커피 체인점의 등장은 테이크 아웃(take-out)이라는 새로운 커피 음용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신선한 원두로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컵째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테이크 아웃 문화의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컵에 노출되는 커피 전문점 브랜드 로고에도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다. 카페 브랜드들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표준화된 맛과 서비스를 갖추게 된 것도 특징이다. 어느 브랜드 커피 전문점에 가도 에스프레소 커피에 일정한 비율로 시럽이나 우유를 섞어 만든 라떼 음료나 모카 음료가 보편화됐다. 현재 커피 체인점 브랜드는 '별다방'으로 불리는 스타벅스와 '콩다방'으로 불리는 커피빈을 비롯해 할리스커피,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디초콜릿, 카페베네 등 수십 개에 이른다. ◇이색 카페로 진화 대형 커피 전문점이 급증하고 커피와 디저트 메뉴가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해지면서 최근 몇 년새 홍대나 인사동,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중심으로 개성이 묻어나는 이색 카페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었다. 대형 커피 전문점의 표준화된 맛과 달리 이색 카페는 고품질 소량 생산 방식으로 유기농, 핸드 메이드 같은 고급감과 웰빙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디저트 메뉴,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특화된 공간, 사진이나 그림 등을 전시한 문화 공간 등을 제공하며 카페의 영역을 무한 확장시키고 있다.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대중적으로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희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즐기고 ▦카페에 혼자 가는 것도 꺼리지 않고 ▦자신의 취미나 관심 분야에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과 정보가 있으며 ▦해외연수나 여행 등의 해외 경험이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젊은층의 특성에 힘입어 카페의 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바리스타 카페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바리스타들이 에스프레소 커피나 핸드 드립, 더치 드립 등 다양한 커피 추출 방식을 자랑하며 커피 자체의 전문성을 내세운 곳이다. 청담동 드립 커피의 원조이자 커피 박물관이라 표현할 수 있는 '커피 미학'은 고전적인 인테리어에 세계 각국에서 온 개성 강한 커피 맛, 달콤한 디저트가 공존한다. 북 카페는 다양한 분야의 책과 잡지를 비치하고 있으며 커피를 마시면서 사색과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경기 불황과 취업난으로 능력 개발의 중요성이 커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도서관보다는 편안하고 집보다는 긴장감 있는 제3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다. 좋은 생각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잔디와 소나무'는 책 외에도 족욕 시설을 갖춘 휴식 공간으로 각광받는다. 종로구 팔판동의 진선북카페는 식사와 독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며 주차 공간까지 있어 삼청동 나들이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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