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21] '분노의 질주' 순조로운 흥행

모델 출신의 할리우드 한인스타 릭 윤(29)이 출연한 자동차 액션영화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Furious)가 지난달 22일 개봉된지 3주만에 흥행수입 1억달러를 돌파했다.이 영화는 LA에서 벌어지는 고가의 상품을 실은 대형 화물트럭 연쇄 탈취사건과 이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 불법 자동차 경주단 그리고 아시안 갱을 쫓는 연방경찰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액션을 그린 것이다. 비교적 신인들인 다국적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내부를 개조해 레이싱카로 둔갑한 일제차들인 '토요다 수프라'와 '미츠비시 에클립스' 등과 초고속 스피드. 트럭 탈취범들이 모는 스포츠카와 불법 내기 경주에 등장한 온갖 모양의 자동차들이 질주하며 뿌려놓는 스피드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심야의 자동차 경주는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보여준 카레이스를 연상케 하는데 젊은 데이트족들이 스피드감을 즐기려고 극장에 쇄도하고 있다. 이 영화가 대도시에서 빅히트를 하고 있는 또 다른 까닭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극중 인물들이 LA등 대도시의 인종 및 문화적 현실과 부합하고 있기때문이다. 빈 디즐, 폴 워커, 미셀 로드리게스 및 릭 윤 등은 백인과 히스패닉과 아시안계로 대도시의 다인종팬들은 극중 인물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영화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릭 윤은 여기서 냉정하고 무자비한 베트남 갱 두목 자니 트랜으로 나온다. 릭의 할리우드 첫 영화는 '삼나무에 내리는 눈'(Snow Falling on Cedarsㆍ1999). 릭은 일본계 미국인 청년 우로 나와 대사도 몇마디 없고 연기도 미숙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록 갱두목이긴 하지만 배역의 비중도 훨씬 커졌고 연기도 데뷔작에 비해 많이 자연스럽고 성숙해졌다. 릭은 영화출연을 위해 라스 베이가스 레이싱 학교에서 특별훈련을 받고 레이스용 자동차로 개조한 '혼다 S2000'을 스턴트 맨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열성을 보였다. 영화의 한국 상영에 맞춰 홍보차 고국을 방문할 예정인 릭은 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영화사가 만드는 '방벽'(Fence)에 금고털이 강도로 출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한국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춰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분노의 질주'는 음악잡지 바이브에 실렸던 기사를 토대로 랍 코헨 감독이 연출했는데 당초 올 봄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시사회에서 뜻밖에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제작사인 유니버설은 할리우드의 대목인 여름장에 출시해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이 영화는 오토바이를 탄 릭이 경기관총으로 라이벌을 향해 난사하는 장면(존 우 감독의 영향)등 액션 장면이 많지만 잔인하지 않고 유혈이 적어 등급 PG-13(13세 미만 관람시 부모나 성인의 적극적 조언을 요함)을 받았다. 부모나 성인 동반없이는 아이들이 입장할 수 없는 R등급을 받았더라면 흥행성적이 지금보다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유니버설은 만들때부터 감독에게 PG-13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었다. 릭 윤이 모처럼 조연을 맡은 역이 갱두목이고 다음 역도 강도여서 찜찜하긴 하나 소수민족이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것만큼 어려운 할리우드에서 그의 약진은 흐뭇한 일이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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