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버냉키, 승부수 던졌다

FRB 안팎 반발 불구 추가 양적완화로 기운 듯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벤 버냉키(사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FRB 안팎에서 비등하는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그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이날 90.13포인트 오른 1만3,090.84를 기록했고 금값은 1.9% 뛴 1,684.60달러를 나타냈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3주 만에 최저인 1.564%로 떨어졌으며 유가는 2% 급등했다. 이는 FRB의 추가 부양조치가 임박했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의 이날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양적완화 정책의 정당성을 역설한 것. 그는 두 차례의 양적완화가 경제성장률을 3% 높이고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얀 헤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잭슨홀 연설을 통해 현재 오는 2014년 하반기까지로 예정된 제로금리 시기를 더욱 연장하고 새로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리처드 탕 RBS마켓 채권헤드는 "버냉키 의장이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부양조치를 내놓는 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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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끝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국경제의 성장률은 정체돼 있고 실업률은 8%를 웃도는 상태다. 또 경제규모 세계 2위인 중국의 성장세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유럽은 리세션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악재 속에서 미국경제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FRB의 추가 부양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버냉키 의장의 인식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반대론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지냈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또 한번의 양적완화는 실패작이 될 것"이라고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밝혔다. 미국인 500만명이 반년 이상 장기실업 상태에 있고 이들을 일자리로 복귀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FRB가 과도하게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해 FRB가 부양책을 추가할 경우 버냉키 의장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공화당의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버냉키 의장을 가능한 한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업률은 여전히 8%를 넘고 있지만 최근 신규 고용이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FRB 내부에서도 새로운 양적완화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 역시 5,000억달러의 추가 국채 및 모기지채권 매입을 하더라도 실업률은 거의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 2010년 잭슨호 연설과 달리 이번에는 향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 말을 아낀 것도 이러한 반대정서를 감안해 최종 결정을 FOMC 몫으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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