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9금 춘화로 엿보는 옛사람의 삶과 풍류

갤러리현대 '조선 풍속화·춘화'전<br>남녀 성애 장면 노골적으로 묘사<br>김홍도·신윤복 춘화첩 함께 공개<br>안중식 평생도 등 풍속화도 선봬

혜원 신윤복의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傳)' 중 일부.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단원 김홍도의 '운우도첩(雲雨圖帖)' 중 일부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옛날 '19금' 은밀한 이야기가 화폭 속에…
19금 춘화로 엿보는 옛사람의 삶과 풍류갤러리현대 '조선 풍속화·춘화'전남녀 성애 장면 노골적으로 묘사김홍도·신윤복 춘화첩 함께 공개안중식 평생도 등 풍속화도 선봬

조상인기자 ccsi@sed.co.kr














혜원 신윤복의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傳)' 중 일부.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단원 김홍도의 '운우도첩(雲雨圖帖)' 중 일부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남녀의 성희(性戱)를 소재로 한 춘화(春畵)를 오늘날의 '야동'이나 포르노그래피에 빗댈 수 있겠지만, 조선시대의 춘화에는 풍류와 낭만이 있었다.

붉은 진달래꽃이 핀 풀밭에 엉덩이만 깐 채 앉은 남자가 여인을 자신의 위에 앉혀 뒤에서끌어안고 있다. 봄 내음에 취한, 조금은 앳된 사내다. 그림의 주인공은 남녀의 행위지만, 흐드러지게 핀 꽃과 운치 있는 언덕의 묘사도 일품이다.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전칭작(傳稱作ㆍ작가의 이름이 없지만 학자 등에 의해 그의 것으로 확인된 작품)인 '운우도첩'의 일부다. 남녀의 육체적 결합을 구름과 비에 빗대 은유한 운우지정(雲雨之情)에서 화첩 이름을 따왔다. 보름달이 뜬 봄버들 너머로 돗자리를 깔고 발가벗은 남녀, 한여름 개울가에서 발을 씻다 눈이 맞은 선비와 여인 등 인물의 생동감과 단원풍의 배경표현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들 작품은 오는 15일부터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두가헌갤러리에서 열리는 '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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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를 그리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하는 혜원 신윤복의 것으로 전해지는 '건곤일회첩'도 모두 전시된다. 방에서 몰래 춘화첩을 보는 두 여인, 급한 마음에 옷을 입은 채 부인을 끌어당긴 남편, 그 남편 앞에서는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젊은 남자를 찾아가서는 옷과 가체(과거 여자가 몸단장을 할 때 머리에 얹은 큰머리나 어여머리)를 풀어헤치기 급한 여인의 모습 등이 펼쳐진다. 남녀가 뒤얽힌 방을 엿보는 여인, 배가 부푼 채 임신한 부인을 뒤에서 안은 남자, 승려와 여인의 정사, 회춘을 바라며 젊은 여인을 탐한 노인 등 다양한 남녀상열지사가 노골적으로 묘사됐다.

춘화가 묘미라면 이번 전시의 진미는 조선시대의 다양한 풍속화들이다. 장승업의 제자로 알려진 심전 안중식의 4m 대작 '평생도'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삶을 10폭 병풍에 나눠 그린 작품이다. 처음 대중에 공개되는 그림으로, 조선말 문인인 석초 정안복의 첫돌, 혼인, 과거급제, 정승취임 등의 장면을 담고 있다.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등 조선 후기 최고 화가들의 명작이 총출동한 풍속화 전시라 볼거리가 풍성하다. 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는 평민출신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미공개작 50점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산이지만 독일 베를린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등 세계 유수박물관에 조선시대 풍속화로는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화가가 바로 그다. 외국인 여행가들에게 '수출용 풍속화'를 그려줬던 인물이다.

전시는 2월24일까지 열리며 일반 관람료는 5,000원, 19금(禁) 춘화를 제외한 작품에 대한 청소년 입장료는 3,000원이다. (02)2287-3591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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