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잘만 고르면 할인점 반값에 살수 있어요"

화곡동 생활용품 유통단지<br>국내·동남아지역 공장과 직거래로 유통마진 최소화<br>주방·스포츠용품등 다양…품질도 대형마트 못잖아<br>경인고속도변 위치, 교통 편리해 소비자 발길 늘어



“잘만 고르면 할인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경인고속도로 옆 목동사거리에서 신월I.C까지 1.7km에 이르는 도로 주변에는 그릇, 주방용품, 스포츠용품, 완구, 조화, 생활용품 등을 취급하는 전문상가 260여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화곡동 생활용품 유통단지다. 지방 소매상들은 물론 러시아, 중국 보따리상들도 눈에 띨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이들은 이곳을 “장사꾼들의 대형마트”라고 말한다. 이 곳은 한 마디로 먹을 거리, 입을 거리 빼 놓고는 다 있고 잘 만 고르면 대형마트나 홈쇼핑 가격의 절반에 똑 같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이 싸다고 싸구려 제품만 파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가격을 맞추기 위해 중국산과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브랜드가 많긴 하지만 제품별 품질을 놓고 보면 대형마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오히려 생산업자와 직거래를 통해 가장 먼저 가격거품을 제거하고 나선 곳이 바로 화곡동 생활유통단지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대형 할인점보다 20~50% 저렴=무엇보다도 화곡동 생활용품 유통단지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품목만큼이나 저렴한 가격에 있다. 생산공장과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마진을 없앤 덕분에 시중보다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이는 최근 가격혁명을 무기로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대형할인점과 비교해봐도 20~50% 저렴한 가격이다. 화곡동 생활유통단지에서 만난 주부 김정숙(52)씨는 “가격이 싸고 종류도 다양해 자주 찾는 편”이라며 “특히 대나무 공예품 같이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비싼 제품들도 여기선 값싸게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쇼핑에서 22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코렐 플럼트리 식기세트(30개)’의 경우 이 곳에선 이보다 5만원 가량 싼 17만9,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또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각각 29만원에 판매되는 ‘코렐 샐러드 시즌’과 ‘코렐 컨트리 로즈’ 식기세트도 화곡동 유통단지에선 18만원대면 살 수 있다. 각종 스포츠용품도 이 곳에선 30~5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의 경우 시중에선 6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여기선 4만원에 살 수 있고 어린이들에게 인기 좋은 DS 보드도 7만~9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전국 각지 도소매상인 몰려…품질도 믿을만= 가격이 싸면 품질을 의심케 되지만 이곳 상인들은 전국 각지의 도소매 상인이 물건을 사가는 것 자체가 품질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제일유통의 김성진 사장은 “유명브랜드 제품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의 브랜드나 중국이나 동남아산이 많다보니 짝퉁이 아니냐는 질문도 받지만 장사꾼의 신뢰는 품질이고 화곡동은 지방 상인들이 믿고 찾는 곳인 만큼 품질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형마트의 절반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을까. 답은 화곡동만의 직거래 시스템에 있다. 중간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국내 또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물품을 직접 들여와 유통마진을 최소화했다. 밀폐용기에서부터 접시, 장난감, 방향제, 타월, 치솔, 수저, 양말 등 4,200~4,300개의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바이셀 통상은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매주 한차례씩 현지로부터 선박을 통해 제품을 들여온다. 그렇게 수입한 거의 모든 전 제품을 단돈 1,000원에 판매하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중소 할인마트 상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인기 품목인 밀폐용기의 경우 월 수십만개 이상씩 팔려나가고 있다. 엄대식 사장은 “보통 대형할인점의 경우 중간유통을 담당하는 딜러가 따로 있어 유통마진이 발생하지만 여기는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바로 공급받기 때문에 제품가격을 할인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대나무 공예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삼화종합상사의 장효철 부장은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현지 생산한 제품을 직수입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며 “최소 2만5,000원이 넘는 국산 죽부인도 이 곳에선 반의 반 가격도 안되는 4,000~5,000원이면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는 복조리나 한과바구니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한 개에 600원하는 ‘칼라복조리’의 경우 하루에 2,000개 가까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9년째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선욱종합주방의 김항구 사장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생활용품 도매상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곳은 전국에서 이 곳이 유일하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도소매 상인은 물론 해외 보따리 상인들도 자주 찾는다”며 “특히 경기ㆍ강원 일대 중소 할인마트들의 90% 이상은 여기서 물건을 공급 받아간다”고 설명했다. ◇화곡동은 재래도매시장의 발전 모델=사실 화곡동 생활용품 유통단지는 원래 중간도매업자나 소매상인들을 상대로 대량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도매전문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지난 1996년 서울 동대문과 창신동 등지에서 생활용품 도매업을 하던 상인들이 교통문제 등으로 이 곳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화곡동 유통단지가 형성됐다. 그랬던 이 곳이 도매와 소매를 병행하게 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 계속되는 경기불황 여파에다 대형할인점과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새로운 유통채널까지 가세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유통단지 상인들은 이사회를 통해 소매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화곡동 유통단지에 오면 도매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해 요즘엔 장바구니를 들고 이 곳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도 점차 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이 곳을 찾는 고객 중 상당수는 중간도매상인이나 할인마트 운영자들이 차지할 정도로 도매 비중은 여전히 높다. 지금도 전체 상점의 30% 가량은 소매를 하지 않는다 군데 군데 가게 입구마다 ‘소매사절’이란 딱지를 붙여 놓았다. 하지만 소매를 하지 않는다는 상점일지라도 가게 주인과 흥정만 잘하면 소량 구매도 가능하다. 화곡유통협동조합의 박상근 사무국장은 “규모나 금액 면에 있어서 소매가 당장 큰 도움은 안되지만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유통단지에 입점한 상점 수도 3년새 220개에서 260여개로 크게 늘었고 이미 입점한 가게들도 점차 면적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화곡동 생활유통단지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경인고속도로변에 위치해 교통도 편리하고 주차도 용이해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까치산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화곡동 생활유통단지 상점들의 운영시간은 대부분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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