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저축은행, 건전성기준 완화요구

불어나는 부실을 감당하기 벅찬 상호저축은행들이 이르면 이번 주중 정부에 건전성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일부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오는 6월말 부터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조건이 강화되면서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 마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신용카드업계와 달리 대출규모도 적고 강력한 자구노력도 없는 저축은행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 서울, 제일, 푸른1ㆍ2, 현대, 스카이 등 대형 저축은행 7개사는 지난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에 건전성기준 완화를 요청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지난 1월말 현재 전체 저축은행의 소액대출 연체율은 32.7%. 자산관리공사(KAMCO)가 오는 27일 예정대로 저축은행 부실채권 1,450억원 어치를 사들이면 2월말 연체율은 27%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6월말이면 40%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에 따라 건의문을 통해 오는 6월부터 5% 이상으로 상향 되는 BIS비율 기준 적용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BIS비율이 5%가 안될 경우 경영개선권고를 받는 등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이후부터 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인 소액대출(300만원 이하)에 대해 건전성 비율 산정시 위험가중치 100%를 적용키로 한 것을 다시 예전처럼 50%로 낮춰달라고 건의하기로 했다. 소액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지난해 말 정상여신의 경우 1%, 요주의여신의 경우 7%로 높아졌지만 이를 정상여신 수준인 0.75%, 2%로 완화시켜줄 것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 장기대환을 일부 가능하게 해줄 것 ▲ 채권을 지역별로 맞교환, 관리하도록 해줄 것 ▲ KAMCO가 장부가격의 15%에 매입하기로 한 부실채권도 40%까지 가격을 올려줄 것 등도 건의된다. 하지만 정부 측 반응은 냉랭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소액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대규모 흑자를 올렸을 때부터 위험을 사전예고 했는데 이제 와서 부실을 책임지지 못하겠다는 건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카드업계의 경우 증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일부 기준을 완화했지만 상대적으로 대출규모가 적은 저축은행까지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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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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