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금융회사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비상발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금융회사가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제대로 구축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13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나이스정보통신 전산센터가 오전9시15분께 정전돼 이 회사 단말기를 쓰는 가맹점에서 모든 카드사의 카드 결제가 2시간 넘도록 중단됐다. 오전11시30분께 시스템이 복구되기는 했지만 해당 회사는 원인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고로 이른 시간부터 영업하는 커피·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카드결제가 중단돼 고객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나이스정보통신과 제휴한 온라인쇼핑몰 등 가맹점 온라인 카드결제와 홈플러스 전자상품권 사용도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과부하가 걸리면 정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이스정보통신의 비상발전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전자금융감독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전력공급 장애시 전력선 대체가 가능하도록 복수회선을 설치하고 전력공급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무정전전원장치(UPS)를 갖추도록 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UPS만 제대로 가동됐어도 2시간이 넘도록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UPS를 설치만 해놓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거나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나이스정보통신 전산센터에 현장검사 인력을 보내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카드사의 카드결제 대행업무를 하는 국내 2위 규모 밴(VAN)사로 국내 가맹점의 약 15%가 나이스정보통신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