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커지는 伊 위기공포] 부채규모 그리스의 5배…"구제하기엔 덩치 너무 커 문제"

시장불신 확산에 14일 국채 입찰 분수령 예상<br>ECB 국채 매입 확대 등 위기확산 차단 나설듯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은 정부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이미 유동성 고갈상태에 빠졌으며 유럽중앙은행(ECB) 등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회생 불가능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덩치가 너무 커서 구제하기 어렵다(too big to rescure)는 게 문제다. ◇부채 규모만 그리스의 6배=이탈리아는 세계 8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19.10%에 이르고 있다. 올해에는 이 비율이 121.1%로 높아져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14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83.20%), 프랑스(82.40%)와 비교하면 부채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1조6,000억유로(약 2조2,000억달러)에 달해 그리스(3,500억유로)의 5배에 달한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4%로 높은 편이다. 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공공 부문에 대한 씀씀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부채가 늘면서 이탈리아는 만성적인 성장률 정체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이탈리아의 경상수지 적자는 409억유로로 지난해 전체 경상수지적자(540억유로)를 훌쩍 뛰어넘을 태세다. 유로스타트는 올해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현재 이탈리아의 진짜 문제는 막대한 부채 규모"라며 "그동안 이탈리아 정부가 방만한 재정운용 및 무분별한 부채한도 상향으로 이 같은 채무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이탈리아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빚 갚을 날짜는 다가오는데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마련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규모는 연말까지 373억1,000만유로(505억달러), 내년에는 3,070억유로(4,160억달러)에 달한다. 올해와 내년 실질경제성장률은 '제로(0)'에 가깝고 국채수익률은 7%를 돌파해 이자 비용이 더 늘었다. 빚 상환 능력이 없는 이탈리아로서는 ECB의 도움(이탈리아 국채 매입)이 없으면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어렵다. 시장의 불신이 커지면서 돈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10일 1년 만기 단기국채 50억유로(68억달러)의 입찰을 실시한 뒤 14일에는 5년 만기 국채 30억유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을 믿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국채매입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기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레한드로 지안산티 ING그룹 금리스트래티지스트는 "현 금리 수준에서 이탈리아는 입찰 참여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LCH클리어넷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채권에 대한 증거금을 상향 조정하자 이들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결국 구제금융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는 자금조달 비용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며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예방적 차원의 구제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이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또 한 번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구제금융이 확정된다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자금지원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ECB가 국채매입 규모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문제 연구컨설팅 기관인 '옥스포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도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단기적으로 ECB가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며 "무제한 공급이 열쇠이기는 하지만 독일 등의 반대로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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