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콧대만 세우다 역풍맞은 수입명품

합리적 소비 확산 불구<br>가격인상 정책 고수하다<br>신장률 한자릿수로 추락<br>중가 제품에 주도권 뺏겨


주요 백화점의 '얼굴'을 자처해온 해외 고급 잡화 브랜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며 '백화점 주도주'에 변화가 일고 있다.

백화점의 수입 고가 브랜드 매출은 매년 두 자리 수 이상 신장하며 지난 십여 년 간 백화점 매출 성장을 주도해 왔으나 지난해 신장률이 한 자리 수로 꺾이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경기 불황과 잇따른 가격 인상의 역풍, 소비 트렌드 변화로 명품류 매출이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국내 중가 브랜드 강화로 마케팅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해외 고가 브랜드의 평균 매출 신장세가 각각 9.2%와 6.5%에 그쳤다. 실제 주요 백화점에서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1~2월까지 간신히 두 자리 수 신장세를 유지했을 뿐 맥없이 추락,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지난해 4월 롯데백화점에서 1%대의 첫 마이너스 신장세를 기록했으며 4월과 8월에는 신세계의 명품 신장률이 0.4%로 떨어졌다.

해외 고가 잡화류는 11월 추위와 더불어 잠시 두 자릿수 상승세를 회복했지만 12월 다시 4~8%대로 추락, 2개월 연속 두 자리 수 신장세를 이어간 중가 국내 브랜드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 들어 두 자리 수 해외 패션 성장세를 실현한 롯데의 경우 본점 신관 2층 전체를 중가 수입 브랜드로 채우는 등 '중가군'을 선점, 강화한 결과다.


이와함께 업계에서는 수년 째 지속돼 온 고가 명품 브랜드의 가격인상 정책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부른 '역풍'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주요 해외 잡화 브랜드들은 동일한 제품의 가격 인상을 예고한 뒤 선 구매를 촉발시키는 형태로 월 신장률을 많게는 50% 이상 끌어올리는 가격 정책을 올 1~2월까지 수년째 고수해 왔다.

관련기사



업계 관계자는 "매월 평균 20~30%씩 신장하며 백화점 소비를 주도해온 고가 수입 브랜드판매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며 "백화점들도 객단가를 양보한 채 중저가 브랜드 판매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는 지난해 말 VIP고객 관리 기준을 매출액보다 방문 빈도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1990년대 말부터 지속돼 온 '고객 수를 줄이고 객단가를 높이는' 고객관리정책(CRM)에 사실상 정면으로 메스를 가한 셈. 신세계가 공개한 지난해 히트 상품에도 10만원 대의 웰론 패딩 점퍼, 1만원 대 매니큐어 등이 주요 순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백화점의'중저가 브랜드 모시기' 정책은 올해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년 첫 세일을 진행중인 주요 백화점들은 각 브랜드별로 중저가 기획 상품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강화하게 독려, 마지막 겨울상품 판매에 전력을 쏟고 있다.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닌 캐주얼 브랜드의 중저가 패딩 판매로 올 겨울 불황을 극복해 낸 백화점들은 혹서기가 예상되는 올 여름을 겨냥, '쿨비즈 룩'을 위한 각종 기능성 의류 역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통해 출시하고자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다. 봄 혼수 시즌 주력 제품 역시 중저가 패션 브랜드나 1ㆍ2인용 그릇세트 등을 메인 상품으로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고가품의 추락은 비단 경기 불황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 중시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며 "브랜드들이 각고의 노력을 가하지 않는 한 과거의 '명품 신화'가 재현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