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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4일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 숙제는 인천시가 떠안아야 할 후유증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수입이 전체 투입비용 대비 15%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대회 종료 이후 시가 갚아야 할 부채 원금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인천시와 대회 조직위가 발간한 각종 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회의 운영비는 4,823억원, 각종 시설비는 1조7,224억원이 소요됐다.
운영비는 크게 정부 지원금 2,007억원과 시 지원금 1,282억원으로 나뉜다. 나머지 1,534억원은 조직위가 각종 마케팅으로 벌어들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조직위가 계획한 수입을 모두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직위는 당초 개·폐막식을 포함한 입장권 판매로 350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판매가 저조하자 280억원으로 목표를 낮춰잡았고 이 목표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예산이 투입된 시설비는 더 심각하다. 시는 대회 경기장 49곳 중 17곳을 신축하고 12곳을 보수했다. 인접 도시와 민간·민자 경기장, 훈련시설 등에도 돈을 들였다. 이렇게 발행한 부채는 원금만 1조2,523억원이다. 이자까지 합치면 1조7,502억원에 이른다.
시는 내년부터 대회 부채를 연차적으로 갚아야 한다. 시가 작성한 '경기장 건설비 지방채 발행 및 상환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673억원을 상환하기 시작해 2020년 1,57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하다가 2029년에야 모든 원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15년 이상 매년 1,000억여원에 달하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회 이후 경기장 유지보수와 관리도 시의 재정에 큰 압박이 될 전망이다. 총 16곳에 매년 수백억원대의 관리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활체육 운영, 문화·복지시설 확충, 수익시설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조직위 관계자는 "국제대회는 수익 사업이 아니라 적자는 어쩔 수 없다"며 "대회 관리와 부채 상환은 시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초반부터 터져나온 크고 작은 운영 미숙도 문제로 지적됐다. 3년여 뒤 동계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평창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종목 종일권 발권으로 경기관람 티켓은 매진됐는데 경기장은 텅 비어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아시안게임 기간 내내 계속됐다. 기업체에서 단체로 입장권을 구입했으나 이 표를 갖고도 경기장을 찾은 사람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운영상 문제뿐만 아니라 각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에 대한 불만, 대회 편의시설 부족, 선수촌 보안 문제 등이 대회 초반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 한덕승(55)씨는 대회 "셔틀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거나 탄력적으로 배치되지 않아 선수들이 만원 버스에서 시달리는 등 큰 불편함을 겪었다"며 "대회 준비가 허술한 것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말했다.
물론 대회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인천시가 2,000만달러를 들여 스포츠 약소국에 인력과 장비·훈련을 지원해준 '비전 2014' 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21개국 97명 가운데 메달리스트가 탄생하면서 결실을 봤다. 경기장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덕에 세계신기록이 17개(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3개)나 쏟아졌다. 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이 꽤 있기는 했어도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가 쓴 돈의 4분의1로 이 정도 수준의 대회를 안전하게 마무리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은 "OCA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한다. 대회 운영에 협조해준 박근혜 대통령과 인천시 등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남북한이 축구 결승을 치렀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하키 결승에서 맞붙었다. 이런 연대와 화합이 성공적인 아시안게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