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 출근길 정체가 가장 심한 월요일인 5일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지만 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았다.
교통체계 개편 뒤 첫 월요일인 이날 아침 출근길 시민들은 바뀐 버스노선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탓에 버스 운전사에게 일일이 행선지를 물어보며 허둥대는 모습이었고 뜸해진 버스 배차시간에 짜증을 냈다.
버스 중앙차로는 일반 차선의 승용차보다 빠른 속도로 쌩쌩 달렸지만 출근길임에도 텅텅 빈 채로 운행하는 버스가 보여 승차 인원을 고려한 노선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버스중앙차로 `버스엔 약' = 복잡한 출근길에 버스 중앙차로는 서서히 효과가나타났다.
쌍문동에서 종로4가까지 간선버스를 이용하는 전진한(30.회사원)씨는 "운이 좋게 집에서 회사까지 오는 버스가 있어 15~20분정도 빨라졌다"며 "승용차가 있는데도봉.미아로에서 일반차로가 복잡해 차를 두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도봉산~석수동 구간 간선버스를 운행하는 버스운전사 백모씨는 "도봉.미아로에서만 20분 정도 소요시간이 단축됐고 행선지를 묻는 승객도 줄어들고 있다"며 "자리가 잡히려면 한달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환승하는 승객들은 배차간격이 뜸해지고 노선이 많이 없어지는 바람에소요시간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소요돼 갈아타는 불편만 늘었다고 여전히 불평했으며지선버스 운전사도 불만을 늘어놓았다.
대학로에서 소공동 롯데백화점까지 가는 음식점 직원 정미자씨는 "교통체계 개편 뒤에 종로4가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3개였던 노선이 1개로 줄어들어버스가 바로 오지 않아 출근시간이 10분 정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길음역~서경대 구간 지선버스 운전사 백동길(64)씨는 "중앙차로를 운행할 수 없는 지선버스는 좌회전이 힘들고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섞여 시간이 많이 걸려 승객들이 2~3개 정거장은 아예 걸어간다"며 "15분 걸린 구간이 40분 이상 걸리는데 누가마을버스를 타겠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성산로 버스중앙차로를 운행하는 버스의 경우 속도는 승용차보다는 훨씬 빨랐지만 텅텅 빈 채 운행하는 버스가 상당수 눈에 띄어 시민들은 "버스승객의 분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혀를 찼다.
◆교통카드 인식기 `삐걱' = 교통체계 개편 첫날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된 교통카드 인식기가 닷새가 지났지만 여전히 말썽을 부려 시민들의 속을 태웠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남현미', `박경미' 씨 등 네티즌은 "버스를 탔는데 요금이두 배가 넘게 찍혔다"는 불만을 제기했고 다른 네티즌은 "하차시 교통카드 단말기가찍히지 않아 결국 환승한 뒤 요금을 더 냈다"고 불평했다.
버스운전사 우태구(62)씨는 "교통카드 단말기 고장은 차치하고라도 예전 것에비해 인식률이 훨씬 떨어져 2~3회 반복해서 갖다대야 겨우 인식한다"며 "특히 하차단말기에 문제가 많아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 승객 최모(56)씨는 "교통카드 단말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부터 버스 운전사와 `한바탕' 말싸움을 하고 나니 짜증이 이만저만 나는 게 아니다"며 "이런 기초적인 것 하나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면서 무슨 교통체계 개편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들 "보완책도 불안" = 서울시가 시행 닷새 만에 이명박 시장의 사과와 함께 정기권 발행 등 보완책을 발표한데 대해 시민들은 "3일도 못 내다보는 서울시의교통행정"이라며 "울화통이 터진다"고 비난했다.
한 시민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지하철 요금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은 대부분 수도권~서울을 통행하는 사람"이라며 "정기권이 서울시내만 된다고 하고 경기도를 운행하는 철도와는 향후 협의를 한다는 발표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자'는 임시방편에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교통체계가 바뀐 지 닷새가 지났지만 아침 출근길 시민들은 버스 노선에 익숙하지 못해 어느 버스를 탈지 몰라 비에 젖어 찢어진 노선도 앞에 수십명씩 모여 우왕좌왕했다.
연희동에서 명동까지 출근하는 은동표(65)씨는 "조금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만옛날 버스 번호라도 당분간 달고 다녔으면 좋겠다"며 "`7월1일'을 못박아놓고 시민들은 생각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서울시의 근시안적인 행정에 화가 날 뿐"이라고말했다.
버스정류장 홍보요원 강모(26)씨는 "애초 2일로 끝날 아르바이트가 6일까지 연장됐다"며 "성난 시민들의 폭언과 욕설을 하루 더 들어야 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의 강남대로..퇴근길이 더 걱정 = 버스 중앙차로에 버스 수십대가 일렬로 늘어서 `버스 기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강남대로는 이날 출근길도 만만치않았다.
도로에 비해 워낙 교통량이 많아 버스도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버스 중앙차로때문에 2개 차선이 줄어든 일반차선에서는 극심한 혼잡이 여전했다.
시민과 버스운전사는 특별한 대책없이는 퇴근길에 강남대로 마비현상이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구조적으로 그런 문제가 생길 줄 서울시가 왜 몰랐는지정말 이해가 안간다"며 "서울시 공무원들이 강남에서 분당까지 가는 버스를 한번이라도 타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강남역을 통과, 시외로 빠지는 버스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 한 서울시의 탁상행정 때문에 중앙전용차로 정체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광화문-분당간 광역버스를 모는 버스운전사 박모(42)씨는 "버스운전기사 입장에서는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겠거니 하고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강남대로의중앙버스전용차로 체증은 솔직히 짜증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평소 3시간 걸릴 거리가 버스체증 때문에 5시간으로 늘어났다"며 "강남역을 종점으로 하는 경기도 소속 시내버스가 많다는 점을 서울시가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남대로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했던 일부 경기도 버스업체는 가변차로로분산, 운행하겠다는 서울시의 대책에 대해 차별행위라고 반발했다.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강남역을 통과, 시외로 빠지는 버스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한 서울시의 탁상행정 때문에 중앙차로 정체현상이 나타났다"며 "경기도차량을 가로변 차로로 분산시킨다고 하는데 이는 경기도 주민과 버스업체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