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염된 비까지 온다는데…" 먹을거리 방사선 공포 일파만파

[日本 대지진]<br>검출지역·품목 갈수록 확대… "인체 무해" 정부 발표 불구<br>日국민 불안감 해소 어려워… 최악 식량인플레 비화 우려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사태로 일본 일부 지역의 수돗물과 우유ㆍ채소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방사선량이 검출됨에 따라 일본에 '방사선 먹을거리'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가뜩이나 농축산물 재배지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방사선 오염으로 출하 금지되는 지역 및 품목이 늘어날 경우 일본의 원전사태가 20년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최악의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1일부터는 도쿄 등지에서 봄을 재촉하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 '방사선 비'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정부는 방사선에 오염된 비나 먹을거리가 "당장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면서도 농산물 출하금지 규제조치에 착수하는가 하면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0일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약 39㎞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타데(飯館)마을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가 기준치의 세 배 이상 검출돼 음용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고 21일 발표했다. 이타데마을의 수돗물에서 검출된 요오드는 1㎏당 965베크렐에 달해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한 섭취제한량인 300베크벨을 세 배 이상 웃돌았다. 후쿠시마현의 우유와 이바라키(茨城)현의 시금치에서 시작된 먹을거리의 방사선 검출은 지바(千葉)ㆍ군마(群馬)ㆍ도치기현의 농작물로 범위를 넓혔으며 작물도 쑥갓과 유채의 일종인 카놀라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이바라키현 히타치(日立)시에서 재배한 시금치에서는 잠정 기준치(2,000베크렐)의 27배에 달하는 5만4,00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이밖에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新宿)구나 도치기 우쓰노미야(宇都宮)시 등에서도 기준치를 밑도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방사성 세슘이나 요오드가 검출됐다. 이처럼 원전이 위치한 후쿠시마뿐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의 수돗물과 농축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우유와 채소 등이 인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야기한 사례가 있는 만큼 원전사고에 따른 식품안전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예민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20일 일본의 식품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면밀한 모니터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일본은 너무 엄격할 정도로 식품검사를 하고 있으므로 체르노빌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오는 24일까지 오염신고 지역의 농축산물 출하 규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준치를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음식을 먹어도 즉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돗물 역시 흉부 X레이 촬영 때 노출되는 방사선의 수십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아 마셔도 별다른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방사선 공포에 질려 있는 일본인들의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방사선 오염이 장기간에 걸쳐 2차ㆍ3차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의 먹을거리 불안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 21일 내린 봄비 때문에 도쿄는 또 한 차례 방사선 공포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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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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