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총리 후보에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이 전격 지명됨에 따라 향후 펼쳐질 개각구도에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대통령은 당초 통일ㆍ문화관광ㆍ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에 한해 소폭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총리후보 변경으로 개각의 시기와 규모에 큰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관가에서는 개각 폭이 행여 커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지난 6ㆍ5 재ㆍ보선 패배로 노무현 대통령의 전반적인 정국 운영 구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달라진 정치환경 변화와 국정 개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감안할 때 개각 폭이 6~7개 부처로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만약 개각 폭이 중ㆍ대폭으로 바뀔 경우 여성ㆍ국방ㆍ법무장관ㆍ국무조정실장이 새로 개각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또 한편에선 일단 이달 말께 3개 부처 개각을 하고 그 후 적절한 시점에 추가로 2~3개 부처에 대해 보각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는 개각시기를 이달 말이나 7월 초로 점치면서도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개각 폭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대해 “개각에 관해 대통령의 새로운 말씀이 없었던 만큼 기존의 언급은 아직 유효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또 “개각은 한달 후의 일인데 언론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면서 “현 상황에서 개각 폭 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형 총리가 아니라 돌파형 총리를 선택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앞으로 총리가 앞장서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각 구성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새로운 진용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희상 의원은 “적극적인 총리가 개혁작업을 맡고 대통령은 국민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입각을 앞두고 있는 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의 거취도 개각의 중대변수다. 양측은 과거 개각 파동을 의식해 현재로서는 이전과 입장이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입각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표의 경우 이 지명자보다 5살이나 더 많고 운동권 선배라는 점에서 껄끄럽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근태 의원은 “국정 운영에 나이를 거론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마음을 열어놓고 모든 것을 바라봐야 한다”고 이 같은 시각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의원의 총리후보 지명은 다소 뜻밖의 사태”라면서 “여러 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정동영 전 의장만 입각하는 이른바 ‘선별 입각’ 이나 두 사람 모두 입각을 포기하는 상황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결국 이번에 ‘깜짝 인사’를 보여줬던 노 대통령의 달라진 국정운영 구상과 차기 대권 주자들에 대한 관리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개각의 폭과 대상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