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졸음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가장 큰 적이다. 매년 미국에서만 졸음운전으로 인해 2만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최대 원인이 바로 졸음운전이다. 하지만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기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이 위험천만한 졸음운전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가까운 휴게소에 들려 잠시라도 눈을 붙이는 것일까. 아니다. 잠깐의 수면을 취하느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졸음 예방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프랑스 중앙의과대학(CHU)의 삐에르 필립 박사 연구팀은 최근 수면학 저널(Sleep Journal)에 발표한 ‘야간운전 시 커피와 수면의 각성효과’라는 실험 논문을 통해 기존 통념과 달리 카페인 함유 커피가 잠깐의 수면보다 뛰어난 졸음운전 방지효과를 발휘한다고 밝혔다. 실제 연구팀이 새벽 2시부터 200km 거리의 고속도로 주행을 실험한 결과 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들의 각성상태 유지능력이 잠깐의 수면보다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대상은 20대와 40대의 운전자 24명이었으며, 디카페인 커피, 카페인 커피, 30분의 수면 등 3가지 졸음운전 방지책을 제시했다. 졸음운전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의식중에 옆 차선을 침범하는 횟수로 평가했다. 졸음운전 사고 원인의 65%가 차선 침범 및 차선 이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30분간 수면을 취한 운전자들은 1시간 30여분에 걸친 실험 주행에서 총 84회의 차선 침범을 일으켰다. 반면 200mg의 카페인이 든 보통 커피 한잔만 마신 운전자들의 차선 침범은 27회에 머물렀다. 어쩔 수 없이 야간운전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몇 십 분의 어설픈 선잠 보다는 자동판매기에서 뽑은 300원짜리 커피 한잔이 잠을 깨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다만 같은 커피라도 카페인 함량이 15mg에 불과한 디카페인 커피는 사실상 각성효과를 누릴 수 없다. 이를 마신 운전자들의 차선 침범 횟수가 무려 159회에 이른 것. 이는 매 1분당 1.76회의 차선 침범이 일어난 것으로서 실험 도중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다. 이와 관련, 특징적인 사실은 연령에 따라 카페인 커피와 수면의 각성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와 비교해 카페인 커피 및 수면에 의한 차선 침범 감소율이 20대의 경우 각각 74%와 66%로 유사했지만 40대는 89%, 23%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필립 박사는 “트럭 운전수, 의사 등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직업의 소유자들은 연령별로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실질적인 졸음운전 사고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20대는 잠시 잠을 청해도 되지만 중년들은 커피숍을 찾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