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고금리 회사채에 STX팬오션 불똥

손실 가능성 부각에 투자심리 급랭 조짐


개인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던 BBB급 이하 고금리 회사채에 STX팬오션 사태의 불똥이 튀고 있다. 그 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어왔지만 STX팬오션 사태로 손실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BB)은 오는 19일 1년 6개월 만기 610억원 규모 무보증 옵션 회사채를 발행한다. 올 들어 세번째다. 권면이자율은 발행 후 9개월까지는 7.60%, 이후는 8.3%로 확정됐다. 발행후 9개월 이후부터는 조기상환 요청이 가능한 ‘풋옵션’조항도 추가했다. 동양시멘트(BBB-)도 올 들어 두번째로 회사채를 발행한다. 발행 희망금리는 지난 3월과 비슷한 수준인 7%대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은 그 동안 고금리를 앞세워 리테일에서 대량 회사채 물량을 소화했다. 기준금리가 2.5%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 7~8%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동양그룹의 회사채는 개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동양그룹의 회사채는 개인 청약에서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지난 5월 동양증권이 주관한 동양 회사채 청약에서 500억원 모집에 3,182억원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6.32대1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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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고금리 회사채도 기관투자들에게는 외면 당했지만 개인으로부터는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3월 2년물 1,000억원을 발행했던 두산건설(BBB+)도 약 300억원 정도를 리테일에서 소화했다. 발행 금리가 7.8%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신용등급이 BBB급에 불과하지만 발행금리가 8%가 넘는 동부메탈ㆍ동부건설ㆍ동부CNI등도 계열회사인 동부증권을 통해 리테일에서 대부분 회사채를 팔아치웠다. 미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개인은 유통 시장에서 동부계열 그룹사 회사채를 뒤늦게 사들이고 있다는 게 채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TX팬오션 사태로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당수의 개인이 연 평균 6%가 넘는 금리를 보고 STX팬오션 회사채에 투자했지만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로 고수익은커녕 원금을 까먹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까지 STX팬오션 회사채 만기잔액은 1조1,000억원에 이르는 데 이중 9,000억원 정도를 개인 투자자들이 들고 있다. 법정관리로 회사채 상환이 정지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자칫하면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관계자는 “그 동안 BBB급 기업들은 높은 금리 덕에 개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는데 STX사태로 잠재적인 부도 리스크가 부각되며 인기가 시들해 질 수 있다”며“금융당국이 STX팬오션 회사채에 대한 불완전 판매 점검에 나선다고 했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고금리 회사채 판매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STX 사태 여파로 비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한 채권 연구원은 “STX사태는 해운업의 장기 불황속에 산업은행의 지원 중단으로 촉발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면서 “반면 동양은 최근 레미콘 사업 매각등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을 추구하고 있고 두산건설도 계열회사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지원을 받은 만큼 회사채에 대한 리테일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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