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가급등에 내수침체‥고민 빠진 韓銀

경기부진속에 소비자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물가안정에 통화정책의 목표를 두고 있는 한은은 치솟는 물가를 그대로 방치할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콜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어려운형편이다. 90년대초 일본의 경기가 약간의 회복조짐을 보일 당시 물가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 경기를 급랭시키면서 장기불황으로 들어서는 단초를 제공한 예가있기 때문이다. ▲물가압력에는 선제 대응 한은은 기회있을 때마다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물가상승이 대세로 굳혀지기 전에 콜금리 인상을 통해 `화근'을미리 없애겠다는 것이다. 7월중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4%나 오르고 체감물가를 나타내는생활물가지수는 5.8% 상승, 2년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물가동향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7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한은의 입장은 일단 차분하다. 장마로 인한 농산물 가격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고유가 등은 이미 예측된 요인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지표를 두고 놀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억제목표선인 3.5% 범위내에 있지만 물가상승 압력을 계속 방치하면 인플레이션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팔짱만 끼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섣부른 콜금리 인상은 `극약' 물가 불안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는 현재 연 3.75%로 1년째 동결돼 있는 콜금리를 올려야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내수침체를 더욱 부채질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점이 한은의 고민이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한은이 금리정책을 통해 내수와 수출의 균형적인 성장을도모해야 하는데 물가안정만을 위해 이를 냉정하게 포기 할 수 있겠느냐는게 주변의시각이다. 과거 일본이 장기불황에 들어서기 전 미약한 경기회복을 보이는 와중에 일본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 전체 경기회복 흐름의 맥을 끊어놓은 실패사례를 한은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물가는 수요요인이 아니라 고유가 등으로인한 비용요인에 의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물가가 아니라 내수진작에통화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도 곤란 그렇다고 소비진작을 위해 콜금리를 낮추는 것도 곤란하다는 것이 한은의 내부기류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올리는 상황인데 우리만 낮출 경우 자본유출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공필 박사는 "미국 일본 등이 금리인상쪽으로 가고 있는데우리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이 경기회복에 따라 제로금리를포기할 경우 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징적 차원에서 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한은측은 이런 주장 가운데는 채권을과다 매입한 진영에서 차익을 노리고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기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 "통화정책은 내년 이후의 물가.성장률 등을 내다보고 중.장기적으로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단기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섣부르게 대응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도 우려스럽지만 내수침체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겨있는목소리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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