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트래픽 관리 이유로 인터넷서비스 통제 나서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논란<br>소모적 논란은 콘텐츠 개발 저해<br>"구체적 원칙 세워야" 한목소리<br>방통위, 이달 중 확정 발표 주목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망 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비롯해 학계, 소비자단체, 주요 통신사 및 인터넷기업, 정보기술(IT)제조사 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2년 어느 날, 강남의 어느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홍길동씨는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홍씨는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전화는 5분 후 끊겨버렸다. 둘이 통화하느라 스마트폰의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게 문제였다. 최근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동통신사가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해버린 것.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 이미 이동통신사에 7, 8만원씩을 내고 있는 홍씨는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씁쓸한 느낌이었다. 홍씨의 사례는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일을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사, 제조사, 인터넷 기업 등이 참여해 논의하고 있는 '망 중립성' 문제가 이 같은 상황을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4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망 중립성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입을 모아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나 모바일메신저(MIM) 같은 당면한 이슈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VoIPㆍMIM 업체들이 이동통신사에 통신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이동통신사와 "이용자들이 이미 요금을 내고 있다"는 개발사들 사이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칙이 있어야 앞으로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발표된 초안은 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내로 확정ㆍ발표될 예정이다. mVoIP는 스카이프ㆍ수다폰ㆍ바이버 같은 소위 '무료 통화 앱'을 뜻하며 지난해부터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들 앱 이용자도 늘고 있다. MIM은 카카오톡ㆍ마이피플 같은 채팅 앱으로 카카오톡만 해도 가입자 수가 3,000만명에 달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보다 많다. mVoIP의 경우는 스마트폰 보급 초반에 이슈가 됐다가 현재는 이동통신사의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에게만 제공되는 식으로 일단 정리돼 있으며 카카오톡 등은 아직 특별히 규제를 받고 있지 않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살갑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날 발표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는 통신망 안정성 같은 원칙에 따라 그 이유를 투명하게 밝힌다는 전제하에 이들 서비스를 차단ㆍ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 등이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트래픽을 직접 제어할 수도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이들 서비스를 허용하는 식으로도 관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와 토론회에 참석한 정태철 SK텔레콤 대외협력실 전무는 "지금의 전기통신사업법은 카카오톡 가입자가 SK텔레콤보다도 가입자가 많아지는 상황을 예측하고 만든 게 아니다"라며 "공정경쟁의 측면에서 봤을 때 mVoIP나 MIM은 통신망 이용대가를 안 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톡과 유튜브 등을 자사 가입자들이 이용하려면 이동통신망을 거쳐야 하는데, 이 거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카카오톡과 유튜브뿐만 아니라 네이버ㆍ다음 같은 포털서비스ㆍ삼성전자 등의 스마트TV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이다. 통신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다수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동통신사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이에 대해 한종호 NHN 이사는 "우리나라의 이동통신망 과부하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지, 특정 서비스가 그 원인인지 사실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이동통신사들의 순수익을 보면 모 통신사의 경우 지난 2008년 3%대, 지난해 5%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트래픽이 늘어나는 만큼 이동통신사들의 수익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데이터 시장의 활성화 덕분이라는 이야기다. NHN을 포함한 인터넷 기업들은 이 밖에도 "이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접근할 권리가 있으며 통신사에서 이를 차단한다면 향후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저해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이달 내로 확정할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보다 구체적인 원칙이 명시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채 소모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데 있다. 방통위가 5월부터 망 중립성 원칙을 세우기 위해 망 중립성 포럼을 운영해오고 있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mVoIP나 스마트TV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원칙은 내년에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mVoIP나 스마트TV 등 당면과제에 집중해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큰 원칙을 세우면 나중에 헌법처럼 활용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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