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악땐 30년간 2조弗이상 필요… 국민 매년 713억弗 부담해야

[김정일 사망] 통일재원으로 北급변 감당 가능할까<br>20년후 55조 조성… 통일 항아리론 1년치 비용도 안돼<br>"복권·채권 등 통해 통일재원 확충 필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통일'이라는 단어도 현실 속에서 생각할 시점이 됐다. 특히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통일의 시점은 예상 외로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체제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상황이 돌변하는 최악의 상황에 매년 720억달러를 30년 동안 통일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KDI는 보고서에서 한반도 통일에 따라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게는 3,220억달러에서 많게는 2조1,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2조1,400억달러라는 금액은 북한이 급변 사태로 붕괴될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다. 이를 30년으로 나눠보면 우리 국민이 매년 평균 713억달러 수준의 부담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KDI의 분석이 과대 포장된 것일까.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국내외의 주요 연구결과를 보면 그에 못지 않게 암울한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월4일자로 소개한 피터 백 박사의 분석결과를 보면 북한주민의 소득수준을 대한민국의 80%선까지 높이는 데 30년간 2조~5조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통일비용을 7,700억~3조5,500억달러로 점치기도 했다. 물론 국내외 주요 연구들은 폐쇄적인 북한 경제의 정확한 실상이 대외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점진적으로 개방돼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로 우리나라와의 통일을 맞게 된다면 남과 북 모두에 감당하기 힘든 대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론이 없다. 이는 당장 남북 간 경제 격차만 봐도 자명하다. 지난 2009년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불과 122만500원으로 우리나라(2,192만원)의 5.6%에 그쳤다. 반면 같은 시기의 인구는 우리나라(4,874만7,000여명)의 절반 수준(2,338만여명)에 육박한다. 이는 독일이 통일 되기 직전 동독의 인구와 국민소득이 각각 서독의 약 25%, 38% 수준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남북보다 분단시절의 경제 격차 여건이 비교적 나았던 독일도 통일 후 오랜 기간 후유증을 겪었는데 지금 시점의 대한민국 국력으로서는 급격한 통일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점진적 통일을 선호하고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재원 마련을 다양한 방법으로 저울질해왔다.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남북협력기금 활용 ▦통일복권 발행 ▦간접세 활용 ▦직접세(통일세) 설치 ▦국민성금 활용 등이 꼽힌다. 이 중 정부가 최근 선택한 것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추진 중인 이 방안은 남북협력기금의 불용액을 이른바 '통일 항아리'라고 명명한 특별 계정에 꼬박꼬박 적립해 20여년 후를 기약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1조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중 실제 집행되는 금액이 10%에 못 미친 데 착안한 아이디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매년 불용액으로 9,000억원가량을 모을 수 있는 셈. 류 장관은 이와 더불어 민간 출연금, 정부 출연금, 다른 법률에서 정한 전입금 또는 출연금 등도 함께 항아리에 담아 20년 후 총 55조원대의 통일 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통일 후 첫해에 부담될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비용에 준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연평균 713억달러가량을 30년간 부담해야 한다는 KDI의 분석이나 비슷한 여타 기관들의 전망을 고려할 때 통일 항아리만으로는 평균 1년치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복권ㆍ채권ㆍ세금ㆍ성금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정부가 점진적으로 추진해 통일재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간접세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 대비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역진성을 안고 있고 통일세를 신설하면 마치 우리 정부가 북한을 흡수 통일하겠다는 뜻으로 오도돼 북한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 통일복권을 발행하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복권의 수요층이 저소득층인 점을 감안할 때 계층적 역진성 논란을 살 수 있고 사행산업을 조장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성금은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결국 어떤 방법이 됐든 정부로서는 각종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설득과 소통의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