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피곤한 금융회사

약관대출·자살금융·CD담합·줄잇는 현장조사·대규모 과징금…

금융위보다 공정위가 더 무섭다


바람 잘날 없는 금융시장에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 포비아(공포증)'가 덮쳤다. 공정위 수장이 시중은행들의 금리 답합 행위에 대한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공정위 차원의 징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이슈의 공정위 입김이 각 업권별로 진하게 서려 있는 상황이어서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는 금융기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에 대한 조사진행 상황을 묻자 "증거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에 대한 조사를 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도 조사를 벌였다. 이후 논란만 가중시킨 끝에 곧 수그러들었지만 이날 노 위원장의 답변에 따라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다.

노 위원장이 지목한 구체적 증거가 어떤 형태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지난해 금리 담합 논란 당시에는 시중은행 금리담당자 간 정기적 간담회, CD금리 거래 양태 등이 담합의 근거로 지목됐지만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부인했다.

증거의 형태가 어찌됐든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발언이 공정위 수장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노 위원장이 말했듯 담합, 특히 금리 담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회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텐데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공정위 수장이 증거확보를 얘기했다는 것은 금리 담합에 대한 판단이 이미 나왔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더욱 문제는 금융시장에 파고든 공정위의 그림자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명보험업계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이슈와 관련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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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지난달 23일 12개 생보사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부서장급 이상 회동을 연 것에 주목하고 있는데 생보사들은 비정례적인 이 모임에서 자살보험금 지급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금감원 보고기일이었던 지난달 30일까지 12개 생보사 중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를 제외한 10개 생보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공정거래법 19조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상품·용역의 생산거래시에 종류·규격을 제한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연초에는 공정위 조사의 후폭풍이 금융시장을 훑고 갔다.

공정위는 은행과 카드사·증권사 등이 불공정 약관을 통해 공정거래를 위반했다고 보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이자 기준변경 등의 규제강화가 뒤따랐다.

공정위의 존재가 금융산업의 포비아가 되는 것은 금융당국과는 별개인 이중규제가 되고 있는데다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 미지급만 해도 생보사들은 일제점검을 천명한 금융감독원과는 별개로 공정위 조사에도 대응해야 한다. 또 공정위 조사는 폐쇄적 속성 탓에 '이현령비현령식'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금융회사들이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실상의 모든 경영행위에 대해 지도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리 등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회동 자체만을 놓고 담합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금융회사들은 지적한다. 경쟁 당국인 공정위가 국내 금융산업의 속성을 제대로 모른 채 일방적인 경쟁 잣대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공정위 이슈는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유탄이 될 수 있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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