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경영으로 자금난 「주택공제조합」/국민주택기금 지원 논란

◎건교부 1천억 전용방침/“지금도 부족한 판에 안된다” 비난 일어 건설교통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마련 지원에 쓰여야 할 국민주택기금을 사용 목적을 어겨가며 주택사업공제조합에 지원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주택공제조합에 국민주택기금 1천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결정했다』며 『기금운영위원회(위원장 건교부차관)의 동의를 거쳐 재정경제원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주택공제조합은 주먹구구식 보증심사와 파행적인 경영으로 경영난을 자초했는데도 정부가 가뜩이나 부족한 국민주택기금을 전용하면서까지 거액을 지원하려 한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국민주택기금은 4조5천1백75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4조1천8백84억원을 서민주택 건설용, 나머지 3천2백91억원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근로자 전세구입자금에 쓰도록 돼 있다.  건교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조합측이 5천억원의 지원금을 요청하자 단호히 거절했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건교부는 당시 『국민주택기금이 모자라고 조합에 지원할 경우 기금의 설립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공제조합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며 일축했었다.  주택공제조합은 지난 93년 4월 주택건설업체들이 공동 보증기관을 통해 금융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설립한 단체로, 1천6백여 회원사들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대한 분양·대출·하자보수 등 16개 보증업무를 맡고 있다.  조합은 출자액의 2백%까지 대출보증을 해주는 파행적 운영으로 영업 초기부터 각종 보증사고에 시달린 데 이어 지난 95년부터는 회원사의 부도가 속출하면서 보증사고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3월말 현재 보증사고액은 3조원대로 회원사들의 출자총액인 3조1천억원을 모두 까먹을 지경에 이르렀다. 조합의 보증잔액이 34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보증액의 10%에 가까운 금액이 사고 처리된 셈이다. 조합 관계자는 『보증사고액중 금융기관의 보증채무이행 요구로 조합이 대신 갚은 금액이 1조원에 이른다』며 『대위변제액중 해당 업체로부터 돌려받은 것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합은 경영난이 심화되자 출자금액의 90%를 연 3∼4%로 융자해주던 것을 지난해 말부터 80%로 줄이고 출자액의 2백%까지 대출보증하던 것을 1백%로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회원들에 대한 기초적인 신용평가나 자금사용에 대한 사후점검이 극히 허술해 일부 부도덕한 업체들은 공제조합의 자금을 「눈먼 돈」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공제조합에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공제조합이 보증심사와 절차, 조직 구성 등을 대폭 수술하지 않는 한 경영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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