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전략을 짜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출장을 가고는 한다는 A시중은행의 부행장은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5일과 26일(각각 10면 참조)자로 내보낸 '파행으로 점철된 금융 CEO 인사'와 관련,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금융권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본 금융계는 유럽 등의 위기를 틈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한국금융산업은 글로벌 위기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데 제대로 된 해외진출 전략도 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계에 만연돼 있는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서울경제신문에서도 정확히 짚었듯 국내금융계의 가장 큰 족쇄는 낙하산 CEO"라면서 "일부는 전략이나 비전 등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임기만 채우는데 급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CEO가 주도해 중장기 전략을 짜지 못하는 것도 무능한 낙하산 CEO가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솔직히 능력 없는 낙하산 CEO는 금융업무는 실무진에 맡기고 CEO로서 2~3년 적당히 있다가 떠나면 된다는 생각들이 많은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다만 능력이 있는 낙하산 CEO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새로운 시각에서 전략을 짤 수 있고 추진력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낙하산도 전략과 비전 등의 전문성만 갖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CEO마저 작은 실수만 발생해도 외부에서 이때다 싶을 정도로 흔드는 게 한국금융의 현실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도 들었다.
그는 "한국금융의 현실에서 최근 JP모건처럼 대규모 투자가 발생할 경우 아마 CEO는 외부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불명예 퇴진을 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의 이사회는 외부의 여론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팀목이 돼줬다. 이들 글로벌금융회사들이 중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외풍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게 (글로벌 금융회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회장이나 행장인사추천위원회, 혹은 이사회가 독립돼 있지 않고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지배구조가 한국금융산업의 한계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능력 있는 금융계 CEO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또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이사회나 인사추천위원회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