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선전화 동일인 지분 10% 제한

◎내달 GBT<기본통신협상> 앞두고 논난◎정통부 「외국인 총지분 33%까지」 양허안 불구/“데이콤 등 경영권잡음 우려 당분간 유지” 고수/업계선 “외국인 진출땐 경쟁력 상실… 조기 철폐를” 「통신사업자 동일인지분 제한,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WTO(세계무역기구) 기본통신협상(GBT) 타결시한이 오는 2월로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업자 지분 소유한도를 두는 국내 제도가 안팎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현행 국내 통신사업법은 시내전화 등 유선계 전화사업에 대해선 동일인이 10% 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동일인」은 증권거래법상의 개념으로, 계열사·친족 등의 관계에 있는 자연인·법인을 말한다. 한편, 우리나라가 지난 95년 12월 제출해 놓은 기본통신시장 개방양허안에는 유·무선 구분없이 외국인이 국내 통신사업자의 지분을 33%(총 지분)까지 갖도록 하고 있다. GBT 참여국들이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위해 각기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양허안을 수정하는 분위기에서 현재 우리 정부도 투자한도를 33% 이상으로 늘릴 의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일인지분 10% 제한은 계속 유지하겠다는게 정보통신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논쟁과 잡음은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의 지분보유 허용폭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하면서 유독 유선전화사업자에 대해서만 10%로 묶어두겠다는 논리가 갖는 괴리다. 정통부는 외국인지분을 확대하면서 동일인제도를 유지해도 법적으론 하자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동일인지분 제한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미국·EU가 양허안에서 제시한 외국인지분은 총지분과 동일인지분의 구분이 없다. 일본의 경우 공기업 성격의 NTT와 KDD에 대해서는 20%만 외국인지분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1백% 주식소유를 인정할 계획이지만 일본 역시 총지분과 동일인의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우리나라의 동일인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들은 시장개방을 단순한 「주식투자」가 아니라 「시장진입 및 직접영업」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협상테이블에서 이들을 납득시키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정통부가 동일인지분 제한에 대해 견지하는 논리는 전화사업자의 「소유·경영 분리」다. 여기엔 통신사업의 「공공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동전화·PCS 등 무선통신은 33%까지 지분을 허용, 사적 소유를 인정하면서 유선전화만 차별적으로 대우하려는데 대한 논거는 충분치 않다. 더구나 통신시장이 독점에서 정글식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또 기술발전과 무선통신의 급속한 비중확대로 「제도상」의 유·무선 구분이 무의미해져 가고 있고, 통신시장의 국경파괴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위적인 지분제한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정통부가 동일인지분 제한에 집착하는 것은 시장논리보다는 정치적 사연에 의해서라는 시각이 있다. LG·동양·삼성·현대 등 재벌그룹간에 잠복해 있는 「데이콤 경영권」경쟁, 지분균점으로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온세통신 등의 경영구조문제가 동일인제한 철폐로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말썽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올해 제2시내전화, 제3시외전화사업자 허가가 대선국면과 맞물리면서 예상되는 과열경쟁과 갖가지 시비를 「소유를 못하게 함」으로 원천 차단하려는 계산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의 동일인제도 철폐 압력이 아니다. 재벌들간의 싸움에 대한 걱정은 더더구나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동일인제도가 우리기업의 발목을 묶고, 경쟁력을 저해하는 독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우선 동일인제한은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조만간 철폐가 불가피한 제도다. 만일 국내기업을 계속 묶어뒀다가 나중에 내·외국인 차별없이 동시에 풀 경우 미국의 AT&T같은 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 통신사업자를 사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경우 차라리 정통부가 누차 밝힌대로 「선내후외」원칙대로 국내기업에 동일인제한을 철폐, 워밍업기간을 준 다음 시차를 두고 외국인에 대해 철폐하느니만 못하다. 또 동일인지분 제한은 앞으로 탄생할 전화회사는 모두 군소주주들의 연합구조를 낳도록 한다. 이것이 과연 격렬한 경쟁환경에서 바람직한 구조가 될 것인지도 깊이 음미해봐야 할만한 대목이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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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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