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필요성엔 '공감' 불구 시기는 '동상이몽'<br>추진 탄력 받으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 김형오(오른쪽 네번째) 국회의장을 비롯한 역대 국회의장과 헌법기관을 대표하는 수장들이 17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제61회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 제헌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
|
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 개헌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 등을 제시하면서 만만찮은 정치적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개헌론의 물꼬가 트였다.
개헌은 모든 국가 현안을 한꺼번에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과 같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경제 살리기와 한반도 긴장완화 등 당면 현안이 국정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단 개헌론이 제기됐지만 이 동력이 유지돼 실제 개헌 성사로 이어지기까지는 가시밭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개헌론이 탄력을 받으려면 우선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지난 1987년 마지막으로 손질된 헌법을 22년 만에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하는 만큼 개헌의 폭은 넓을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 필요성 '공감' 시기는 '조정'=여야 정치권은 김 의장이 내년 6월까지 개헌을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시기는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이 개정된 지 20년 이상 지난 만큼 시대 조류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등을 놓고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정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는 다양한 민의가 수렴되는 장인 만큼 개헌에 대한 논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개헌은 국가 100년 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시국이 어수선해 개헌특위 구성이나 개헌론에 대한 문제제기가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개헌논의가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다른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시민사회나 전문가 집단에서 국민적인 공감을 형성할 연구가 제대로 진행돼야 하며 민주당도 이른 시일 내에 깊은 연구를 할 것"이라면서 "개헌논의가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개헌방향은 선진ㆍ분권ㆍ국민통합"=김 의장은 개헌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그는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파생된 노선과 이념의 차이를 사회적 합의와 개헌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선진헌법'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 선진화의 기틀로 볼 수 있는 '선진헌법'에는 자유, 인권, 다양성, 관용과 배려의 정신과 더불어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김 의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