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발표… 우량은행 짝짓기 어떻게
하나·한미은행 합병 택일만 남았다
정부 주도의 금융 구조조정 밑그림이 그려짐에 따라 금융계의 관심은 이제 구조조정의 또 다른 축인 우량은행간 합병에 모아지고 있다. 한미ㆍ하나은행간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직까지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한 국민ㆍ주택 은행의 행보 역시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경영평가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독자생존 판정을 받은 조흥ㆍ외환은행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 또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은행 합병 구도는 '우량은행들의 잔치'로만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한은행 역시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종합금융그룹화 선언으로 일찌감치 합병구도에서는 벗어났지만 앞으로 대형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전략상의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ㆍ한미 합병'이 시발점=우량은행간 합병은 하나ㆍ한미은행의 통합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하나ㆍ한미은행이 빠르면 내주께 합병 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두 은행의 통합은 사실상 택일만 남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합병 발표시기에 대해 당사자들은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합병'자체를 부인하고 있진 않다. 하나은행측은 JP모건ㆍ칼라일컨소시엄이 자금이 들어오는 오는 13일이후 바로 합병결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했다.
반면 한미은행측은 "합병 결의를 위해서는 두 은행의 자산 실사가 필요한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두 은행의 합병 작업은 늦어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ㆍ주택, 쫓기는 입장 될수도=하나ㆍ한미은행간 합병이 현실화되면서 두 은행에 끊임없이 '러브 콜'을 보냈던 국민ㆍ주택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된다.
우선 하나ㆍ한미은행이 국민은행을 합병 파트너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있어 국민은행은 일단 '국외자'로 남아 초조하게 변화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주택은행의 경우 시종일관 합병 주도권 확보에 자신감을 보여왔고 뉴욕증시 상장으로 더욱 힘을 얻게 됐지만 하나ㆍ한미은행은 이 같은 주택은행의 기세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통합된 하나ㆍ한미은행이 주택은행과 비교했을 때 경영지표나 시스템상으로도 앞서는데 합병 주도권을 내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통합된 하나ㆍ한미은행이 그 이후의 합병 및 통합구도에서 어떤 입지를 확보할 지가 중요한 변수로 남아있는 셈이다. 국민ㆍ주택은행은 거꾸로 쫓기는 입장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수, 조흥ㆍ외환은행=가까스로 독자생존 기회를 잡게 된 조흥ㆍ외환은행의 선택도 은행 합병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 두 은행 모두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 또는 지주회사 설립등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ㆍ주택은행이 우량은행중에서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이들에게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 국민ㆍ주택 모두 "부실은행과는 합병하지 않는다"는 기본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조흥ㆍ외환은행이 공적자금을 받아 빠른 속도로 정상궤도에 오를 경우 국민ㆍ주택은행의 원칙이 다소 흔들리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지주회사의 진로=신한은행은 독자생존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카드를 던졌고 이 계획은 내년 2월께 마무리된다. 지주사 밑에 10여개 금융회사를 두고 정보기술(IT)부문을 통합, 겸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내년초 탄생될 신한지주회사가 합병은행등과의 승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그 추이에 따라 신한은행까지 포함된 새로운 이합집산 구도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
박태준기자
입력시간 2000/11/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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