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디자이너인 장모(30ㆍ서울시 은평구)씨는 요즘 점심시간이 되면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한의원에 가기 위해서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장씨는 얼마전 손목터널증후군이란 판명을 받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침을 맞고 있다.
최근 이처럼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반짝 치료'를 받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컴퓨터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손목과 목뒤가 뻐근한 '컴퓨터 피로증후군'등으로 사무실이 몰려있는 서울의 광화문과 강남ㆍ여의도 등에 위치한 병원들의 점심시간은 시장을 방불케 한다.
1주일에 3번씩 점심시간을 이용, 근처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는 한 은행원(37)은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점심도 거른 채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노원구의 B한의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침이나 마사지 등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로 북적거린다.
이 한의원의 한 간호사는 "점심시간이면 10여명 가량의 직장인들이 찾아와 물리치료나 침 등을 맞고 가고 있다"며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로 지속적으로 뒷목이 뻐근하다며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들이 몰리자 병원들도 나름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점심시간을 2시 이후로 미루고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아예 병원 대기실 한쪽에 식탁과 음료를 준비해 놓고 환자들이 김밥이나 패스트푸드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종로의 한 한의원의 김유수(39) 부원장은 "직장인들이 시간이 없다 보면 작은 병도 제때 치료하지 못해 만성질환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몸에 작은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장은 또 "최근 직장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컴퓨터피로증후군 환자의 경우 보통 15일~30일간 침이나 마사지 등으로 치료를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목디스크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바른자세의 컴퓨터사용과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