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목요일 아침에] 어느 거위를 잡을까

논설위원 김 인 모 iak@sed.co.kr

논설위원 김 인 모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갖가지 부동산세제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난무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부동산대책의 완결판이라고 해야 할 10ㆍ29조치가 나온 지도 어느새 1년여 세월이 훌쩍 지났건만 연일 논란이 끊이지 않고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가고 있는 세법은 이미 누더기에 다름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종부세 도입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정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망국병에 비유되는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 재산세 과표인상으로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종부세 도입 명분은 소득재분배와 조세형평으로 선회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각종 세율인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이제 정부는 세수부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무엇 때문에 참여정부의 돋보이는 치적으로 남을 수 있었던 부동산세제가 이처럼 처참한 꼴을 겪게 됐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초심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물론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며 과표는 올리고 세율은 줄인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투기는 잡겠다면서 통합될 주택세에 대해 인별합산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출발부터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결국 주거용 고가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에게는 종부세가 부과되고 투기용 저가주택 몇 채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도 주택세의 누진세도 안 내는 모순을 낳은 것이다. 전국에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세대만도 120만세대에 이르는데도 이를 무시한 결과, 기본방침부터 흔들리고 만 셈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에 대해서도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10만명이냐 5만명이냐를 놓고 당정간에 이견이 만만치 않더니 결국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의 6만명으로 결정했으나 3만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로 국민들을 의아스럽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처음부터 임대주택에 대한 고려가 없어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사업용 건물에는 아예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아 부자들의 빌딩은 제외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1가구1주택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걷기로 해 ‘부유세’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부유세’가 아닌 기형아를 낳은 셈이다. 거래세 논란은 더욱 가관이다. 등록세율을 인하했다고는 하나 단독주택 등 676만가구의 주택공시제도 도입으로 과표가 두 배 이상 높아져 실제로 서민들이 납부할 세금이 올해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을 놓고 조세형평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1가구3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시행조차 해보지 않고 팔 기회를 더 주기 위해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부동산투기억제 목표도, 소득재분배 목적도, 재정수요충족 기능도 모두 잃어버린 지친 모습만 보일 뿐이다. 장자(莊子)가 여행을 하다가 산길에서 어떤 목수를 만났다. 목수는 그 산에서 가장 곧고 큰 나무를 골라서 베고 있었다. 그날 해가 저물 무렵 장자는 근처에 있는 옛 친구의 집을 찾았다. 뜻밖의 손님을 맞은 친구는 하인을 불러 거위를 잡아 반찬을 장만하라고 지시했다. 하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어느 거위를 잡을까요? 낯선 사람을 보면 잘 우는 놈과 잘 울지 않는 놈이 있는데요.” 그 주인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그야 물론 잘 울지 않는 놈을 잡아야지.” 장자는 나무는 잘생긴 게 잘리고 거위는 못난 게 잘리는 운명의 이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깊이 생각했다. 부동산세제 개편과정을 바라보며 느닷없이 장자를 돌이켜보고 싶어진 까닭은 정부가 주체할 수도 없는 불합리한 기준의 포로가 돼 허둥대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부동산세제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도구일 뿐 증오나 시혜의 수단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목수가 곧은 나무를 자른 것은 대들보로 쓰기 위해서요, 장자의 친구가 잘 울지 않는 거위를 잡으라고 한 것은 도둑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부동산세제 개편의 최우선 목표가 투기억제에 있는지, 공평과세에 있는지, 세수증대에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건설경기 부양에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