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관급공사를 많이 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발주처인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발주물량이 줄다 보니 일부 대형사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는 견디기 힘들 겁니다."(B건설사 관계자)
지난달 26일 워크아웃 중이던 벽산건설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미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넘어간 풍림산업ㆍ우림건설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21개에 달한다. 이들 건설사는 대부분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주택 경기 침체의 역풍을 가장 세게 맞는 중이다.
건설사들이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각 업체의 안이함에서 찾아야 한다. 주택을 짓기만 하면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됐던 과거 부동산 활황기의 환상에 매달려 다양한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데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을 한 번 더 울리는 것은 건설사들이 마치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온갖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다. 일부 여론은 건설사가 하나둘씩 쓰러지고 과거 부동산 경기 상승을 주도했던 주요 지역의 집값이 급전직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건설사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고 또 거래가 안되는 지역의 부동산을 나라에서 억지로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건설업자들을 새로운 산업 역군으로 재교육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길거리로 내몰면 결국 사회가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민간 연구소 관계자의 지적도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