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24일] 은행 건전성 정말 위험수위인가

투자설명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우리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시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강제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강력히 내비쳤다. ‘낫과 망치’라는 섬뜩한 표현은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로 기업과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을 이끌던 ‘구조개혁기획단’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던 전 위원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 위원장의 발언이 당장 금융기관 인수합병(M&A) 등으로 진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일종의 압박 카드일 수도 있다. 금융권이 일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을 높이는 자구노력을 강화해달라는 뜻으로 보고 있으나 불안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덩치 키우기에 급급함으로써 당면한 우리 금융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과도한 차입으로 건전성이 악화된 데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대형화와 수익률 경쟁을 조장할 때는 언제고 사태가 악화되자 느닷없이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겠다고 밝힌 것은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당국이 공식화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2%포인트쯤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면 상황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을 줄이려면 기업이나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서둘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부실 증가를 막아야 한다. 은행 건전성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기업을 위해 자금을 풀라는 압박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제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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