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ㆍ유엔 보고서미국, 일본 등의 경기둔화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에서 2%대로 크게 떨어겠지만 연말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서 2002년에는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10일 각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리인하, 세금감면 및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세 회복 등으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보고서는 또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거나 지난 97~98년처럼 이머징 마켓 금융시장이 급격히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각국이 경제정책 수행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거나 오류를 범할 경우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성장 둔화 도미노=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 일의 부진이 올해 각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로런스 클라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 실패가 미 경기둔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FRB가 금리를 지나치게 올려 경기과열은 막았지만 실물경제를 침체직전까지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클라인은 “FRB가 브레이크 페달을 지나치게 세게 그리고 오랫동안 밟았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미 경제는 사실상 제로수준의 성장을 기록한 뒤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1.2%(세계은행)~1.5%(유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경제는 그러나 내년 이후에는 3%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본경제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지난해 1.7% 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올해 1% 이하의 제자리걸음을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디플레이션마저 심화하고 있는데다 유일한 희망인 수출마저 올들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 12개국의 경우 지난해 3.3%에 이어 올해 2.5~2.7%의 성장을 기록, 미ㆍ일보다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미국, 일본과 교역비중이 높은 멕시코, 타이, 말레이시아, 한국 등은 타격이 크겠지만 유럽과 교역이 많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상대적으로 파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감한 경제정책 절실=이들 보고서는 세계 경기침체를 막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각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세계은행의 우리 다우쉬 팀장은 "선진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경착륙할 가능성도 있다"며 "각국 정부의 적절한 정책수행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 세계경제가 상승세로 돌아서리라는 전망은 경제정책이 제대로 실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유엔보고서는 FRB가 5월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금리를 내리고 추가 금리 인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례 회의 이전에 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하며 일본의 경우 과감한 구조조정을 비롯 경제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