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실 원흉' 싸늘한 시선 속에 3년새 2000명 일터 잃었다

[으스스한 구조조정 뒤안길] ■ 쓸쓸히 떠나는 직원들<br>임원들 사실상 전원 해고 새 주인 일부만 고용승계 그나마도 불안한 계약직


지난 9월에 퇴출된 토마토저축은행 고위임원이었던 A씨는 요새 집에서 쉬고 있다. 과거 금융권에서 알던 동료ㆍ선후배나 가끔 만나는 게 전부다. 그는 막판까지 정상화를 위해 뛰었지만 영업정지를 피하지는 못했다. A씨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데 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는 고용 문제가 뒤따른다. 금융회사가 퇴출되면 일부 직원은 제 발로 나가고 상당수는 명예퇴직을 당한다. 주인이 바뀌면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시중은행 직원 수천 명은 직장을 잃었다. 1999년 말 7만4,744명이던 시중은행원 수는 1년 만에 7만474명으로 4,270명이나 줄었다. 1997년 12월에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앞둔 제일은행 직원들이 '눈물의 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상당수 직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행을 떠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들은 '부실의 원흉'이라는 주변의 시선 속에 쓸쓸히 회사를 등지고 있다. 살아남은 직원들 대부분도 신분이 불안한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형편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인수를 앞두고 있는 토마토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이후 30여명이 퇴사했다. 200명을 넘었던 직원 수는 170여명으로 줄었다. 토마토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말쯤 신한 측 인사팀에서 고용과 관련해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할 것으로 안다"며 "근무연수가 오래된 사람들은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마토 직원들은 신한 측이 직원의 일부만 계약직 위주로 뽑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앞서 삼화를 인수한 우리금융이나 중앙부산ㆍ부산2 등을 넘겨받은 대신증권이 전직 직원은 계약직으로 재고용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측은 저축은행 직원을 일일이 면접한 후 일부만 고용승계를 했다. 토마토와 함께 9월 영업정지를 당한 제일저축은행 본부 직원들은 현재 KB금융지주 측에 제공할 자료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퇴근시간은 오후6시30분을 넘기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서는 서너 시간 빠르다. 임원들은 영업정지와 함께 사실상 전원이 해고됐다. 계열사인 제일2는 에이스와 함께 따로 팔릴 예정이다. 한솥밥을 먹었던 제일과 제일2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셈이다. 제일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KB에서 고용승계를 다하지는 않겠지만 계약직이라도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보장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영업정지를 당했던 저축은행들도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뒀다. 2월 영업정지 당시 110여명 수준이었던 부산저축은행 직원 중 가교저축은행인 예솔저축은행으로 넘어온 이는 37명밖에 안 된다. 예솔에는 경은저축은행 직원도 38명이 건너와 근무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는 "가교 은행으로 넘어온 대전ㆍ전주ㆍ보해 등도 일부 직원만 일자리를 보장받았다"며 "여러 저축은행을 합친 가교은행은 2~3개 저축은행 출신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직원 중 일부는 파산재단으로 건너가 근무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6월 말 기준으로 7,825명에 달했던 저축은행 직원 수는 올 6월 말 현재 5,648명으로 약 27.8%나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한파로 저축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3년 새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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