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 총리 자기만의 목소리 못내 "靑, 코드맞추기 급급" 평

韓 총리 취임 100일- 저출산·고령화 협약 체결 등 국정은 무난하게 이끌어


한명숙 총리가 2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한 총리는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로 저출산ㆍ고령화 협약 체결 등 비교적 무난하게 국정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영(領)’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총리의 이런 모습은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노 대통령 발언 두둔 ‘부창부수’=한 총리는 27일 오전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에 우려가 초래될 경우 미국 정부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최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북한 정책에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발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두둔한 것을 의식한 듯 “미국과의 동맹과 공조는 이뤄져야 하지만 개별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에 우려가 생길 경우 우리의 실익을 위해 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미국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며 “미국은 외교안보 문제에서 도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 총리의 말은 노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했던 “미국은 오류가 없는 국가냐”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여당 뿐 아니라 각계 각층으로부터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총리까지 나서 ‘코드’맞추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한 총리는 개헌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 총리는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내용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시기의 불일치 문제, 대통령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06년까지 개헌준비를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지난 5ㆍ31지방선거 참패 후 청와대 등 범여권을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前 총리와 달리 자기 색깔 없다”=한 총리의 적극적인‘구애’에도 불구하고 전임 이해찬 총리에 비해 현직 총리에 대한 신임은 두텁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총리는 국무회의를 단독으로 주재해 내치와 관련된 국정을 도맡았던 반면, 한 총리는 그러한 전폭적인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노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와 내각 장악력, 더욱이 당정 조율 등 여러 면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보였던 이 전 총리에 비해 한 총리는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ㆍ포스코 불법 점거 사태 등 긴급한 현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총리의 목소리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한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간담회에서도 “대체적으로 여성 총리하면 얼굴 마담으로 보는 관행이 있는데 이런 등식화는 옳지 않다고 본다”며 “이는 여성 총리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 잘하는 총리로 남고 싶으며 휴일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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