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또 '지옥의 코스'… 10·18번홀이 승부처

길고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에 유리판 그린까지 <br>523야드 파4홀, 636야드 파5홀…페어웨이 적중이 관건


“US오픈에는 최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게 좋다. 끔찍한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다.” US오픈 골프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어니 엘스(42ㆍ남아공)의 말이다.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특히 US오픈은 ‘코스와의 전쟁’으로 불린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험난하고도 공정한 경쟁’이 벌어지도록 코스를 매우 까다롭게 세팅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와 달리 해마다 개최 장소가 바뀌지만 코스는 늘 어렵다. 16일 저녁(한국시간) 개막하는 제111회 대회도 다르지 않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는 파71에 전장이 7,574야드에 이른다. 이는 2008년 개최지 캘리포니아주 토리파인스 남코스(파71ㆍ7,643야드)에 이어 이 대회 역사상 두번째로 긴 것이다. 11개의 파4홀 가운데 10개가 400야드 이상이고 그 가운데 6개는 450야드도 넘는다. 9번(파5)은 636야드나 되는 ‘마라톤 홀’이다. 길이뿐 아니다. US오픈 코스 세팅의 특성을 따라 페어웨이는 좁고 이를 벗어나면 발목까지 잠기는 깊고 질긴 러프 지역에서 샷을 해야만 한다. 10번(파3ㆍ218야드)과 18번홀(파4ㆍ523야드)이 승부처로 꼽힌다. 10번홀은 코스의 첫 홀로는 드물게 파3홀이다. 1ㆍ2라운드 중 하루는 10번홀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18홀 전체 플레이 리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린 앞쪽에는 큰 호수가 가로막고 있으며 그린 뒤에 2개, 오른쪽에 1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 앞쪽 경사 때문에 약간 짧은 샷은 물에 굴러 빠지기 십상이다. 18번홀은 우승컵의 향방을 결정지을 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4홀이지만 523야드나 되는 이 홀의 그린은 뒤쪽 삼면이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인 반도 형태다. 나무들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긴 드라이버 샷을 날려야 한다. 오른쪽으로 빗나가면 울창한 삼나무 숲에서 빠져 나오느라 1타를 허비해야 한다. 1997년 마지막으로 US오픈이 열린 이곳에서 우승했던 엘스는 “당시 17번홀이었던 이 홀에서 마지막 날 2온 2퍼트로 파를 지킨 선수가 몇 안 됐다. 페어웨이를 지키지 않으면 더블보기를 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6번홀(파5ㆍ555야드)은 티샷을 페어웨이에만 떨구면 버디를 노릴 수 있는 곳이다. 1997년 대회 때는 파4로 운영됐던 홀로, 그린 오른쪽 전방의 해저드를 피하면 2온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린도 빠르다. USGA는 그린 스피드를 14.5피트로 맞췄다고 밝혔다. ‘유리판 그린’으로 이름난 마스터스 때가 12~12.5피트였다. 코스를 돌아본 선수들은 “어떤 대회도 US오픈처럼 드라이버부터 퍼트까지 모든 면을 시험하지는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누가 정교한 샷과 인내심으로 정상에 오를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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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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