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전 의장은 13일 "산마루에 올라 가장 하늘 가까이서 하늘의 뜻을 헤아려 본 이는 그저 겸손하게 내려갈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미덥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당.청 만남이 남긴 것, 더 깊은고뇌 속으로'란 글에서 지난 11일 청와대 만찬에서 직접 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탈당 발언에 대해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낼 길이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간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나온 `탈당 언급'을 외부에 처음 알렸다는 이유로 청와대와 당 지도부 일부의 눈총을 받아온 그다. 그는 "만찬 자리에서 나오기 전에 청와대 참모진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나는 이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탈당문제를 발설한 이유를 해명했다.
이 전 의장은 이어 노 대통령의 탈당 발언이 2.18 전당대회와 5.31 지방선거 등우리당의 장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18 전당대회에 대해 "여당의 위치를 언제라도 상실하게 될 정당의 전당대회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당권경쟁에 뛰어든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장관과김근태(金槿泰) 전 복지부장관이 가장 난처하게 됐고, 당황하기는 전국의 당원과 국민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또 "낮은 지지도 때문에 지금도 경쟁력 있는 후보를 구하지 못해애태우는 각 지역의 선거 책임자들은 대통령의 탈당 언급 때문에 깊은 수심에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탈당언급이 과거형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탈당문제를 거둬들였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이 "상호존중하자"며 "안되는 일에 매달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미 노 대통령의 탈당 결심은 확고한 것 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이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탈당 발언을 하면서 "나는 역설적 전술, 역발상을 통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는 생각이 같을 수 없다"고말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산마루에 오른 이의 역설적 전술이나 역발상은 아름답지도 감동적이지도 않고, 그저 승리자의 몸짓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글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