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 대참사] '재난 예방비 = 낭비' 인식에 안전예산 0.3%… 예고된 '사고 공화국'

[벼랑 끝에 선 안전코리아] <1> 안전은 투자다

복지·치안·사회악 근절에 치여 사고예방은 뒷전

'재난 관리 시스템' 국가 핵심 인프라로 관리해야

세월호가 대한민국을 흔들어놓고 있다. 한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았던 안전불감증에 대한 국민적 질타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선사와 선원 등 사고 가해자들의 어이없는 안전소홀부터 정부의 실망스런 재난관리 능력 등이 모두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정부는 컨트롤타워나 제대로 된 매뉴얼의 부재뿐만 아니라 안전투자에도 소홀히 하면서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부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안전과 직결된 예산이 전체의 0.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 같은 안전투자 소홀에 따른 사고급증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안전에 돈을 들이는 것을 일종의 낭비로 보는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우리 정부의 올해 전체 예산 357조원 가운데 안전관리 예산은 2조5,789억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도로나 철도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성격이 강한 부문을 제외하면 그나마 실질적인 안전 예산은 1조2,000억원 정도다.


물론 중앙정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산하 기관 등의 교부금 형태로 안전 관련 예산을 집행하고는 있지만 중앙정부가 손에 쥐고 직접 집행하는 안전예산이 전체의 0.3%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안전이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얼마나 밀려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안전이나 재난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역시 1,500억원에 불과해 국가 전체 R&D 예산(17조원)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현 정부의 주요 어젠다가 된 복지는 올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 105조원까지 늘어난 점을 비춰볼 때 과연 안전 인프라가 취약한 복지사회의 실체에 대한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쪽같은 자식을 어이없게 잃은 부모들에게 복지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인 조원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안전 예산은 아주 중요한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쓰면 없어지는 낭비 또는 소비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며 "설령 현 정부 임기나 단기간에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꾸준히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대형 재난을 막고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예산 가운데 안전 관련은 우선 '4대 사회악(성·가정·학교폭력, 불량식품) 근절'과 생활안전 확보로 나뉜다. 4대악 근절은 현 정부가 출범 이후부터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다양한 사업과 자금이 투입되면서 자연스레 올해 증가폭이 가장 크다. 이 분야의 예산은 지난해 3,220억원에서 올해는 3,798억원으로 17.4%나 늘었다. 올해 전체 예산 증가율이 4%가량인 점을 비춰볼 때 평균보다 4배 이상 비중을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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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재난 등과 관련한 생활안전 분야의 예산은 지난해 2조351억원에서 올해는 2조2,006억원으로 약 8% 증가했다. 따라서 4대악 근절과 생활안전 예산을 합치면 올해 예산이 2조3,571억원으로 9.4%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를 한 꺼풀 벗겨 속내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생활안전 예산의 경우 위험도로의 시설보수 비용이 9,236억원을 차지하고 노후 철도시설 개량(3,050억원)을 비롯해 농어촌 노후 지붕 철거 비용(288억원)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겉으로는 '안전'으로 보이지만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잡은 탓에 직접적인 안전관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SOC 성격이 강한 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안전 예산은 절반으로 쪼그라든다.

더구나 현 정부 들어 사회치안에 안전의 방점이 찍히다 보니 이와 별도로 검찰과 경찰 예산은 11조2,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재난관리 예산은 소폭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조 교수는 "요즘 정부의 안전 무게중심이 치안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자연이나 사회적 재해에 대해서는 안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심재현 재난안전연구원 방재연구실장도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안전과 재난 R&D 비중이 국가 전체에서 많게는 3~4%가량을 차지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뒤늦게나마 로드맵을 짜고 있기는 하지만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안전 예산 범위의 모호성은 일본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갈린다. 일례로 안전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에 분석한 한국과 일본의 교통안전 예산을 보면 우선 우리나라는 일본의 4%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국비로만 지난 2012년에 18조원을 사용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7,151억원에 불과했다. 양보다는 질적인 면이 더 차이가 난다. 일본은 안전 예산 범위를 정부 예산으로만 한정하고 직원 급료나 수당 등은 포함시키지 않아 실질적으로 안전 시스템 제고에만 투입된 비용을 추산해 우리와는 차별화된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무작정 많은 돈을 퍼붓는다고 금방 효과가 나오기는 힘들다. 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짝 관심을 갖기보다 국가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난예방은 조직(시스템)과 예산이 꾸준히 강화되고 집행됨으로써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형 사고가 터진 후에만 예산을 늘리고 시스템을 바꾸는 반짝 행정에 머무른다면 언제라도 또 다른 곳에서 대형 재난이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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