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조와 적조가 빠르게 번져 전국 해안에 '조류 비상'이 발생한 가운데 제15호 태풍 '고니'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다음주 초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태풍의 진로를 보면 남해안의 적조는 해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녹조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고니는 대만 남남동쪽 800㎞ 해상에서 14㎞/h의 속도로 서진하고 있다. 고니는 오는 23일께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25일께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진로는 유동적이지만 일본 규슈로 상륙하더라도 남해안에 강풍을 유발해 적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임용 기상청 태풍예보관은 "고니가 남해안을 통과할지, 일본으로 상륙할지는 22일께 윤곽이 드러난다"며 "일본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남해안에 너울성 파도를 유발해 적조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조는 현재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경남 통영에 '적조주의보'가 처음 발령된 후 전남 완도·고흥 등지로 범위가 넓어졌고 현재 동해안까지 확대됐다. 경남 거제 가두리양식장에서 22만여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고니가 육상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효자 태풍'이 될 수 있다.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하루 최대풍속 14m/s의 바람이 불면 적조는 자연 소멸된다"며 "태풍은 수온을 떨어뜨리고 조류의 유영 수단인 편모를 파괴해 적조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풍이 녹조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팔당호 등 한강 유역의 녹조가 심각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최근 팔당댐 인근에서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 수는 각각 55.8㎎/㎥, 2만7,860세포/㎖로 기준치를 크게 넘어서자 전날 팔당호 일대에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수도권 주민의 주요 식수원인 팔당호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녹조가 발생한 것은 예년에 비해 강우량이 적은데다 영양염류가 다수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가 많이 내려야 하지만 태풍이 중부지방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비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철영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 팀장은 "녹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40~50㎜가량의 비가 하루 동안 내려야 한다"며 "현재 기상여건을 보면 조류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