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균형재정으로 가는 길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앞으로 닥칠 경제위기와 금융불안, 저출산ㆍ고령화에 대비한 균형재정 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3년에 균형재정을 목표로 올해 예산을 짰고 세계 각국이 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부채 축소에 나서고 있다. 균형재정은 세입 확보가 관건이다. 세입 규모는 과세표준(세원)과 세율의 크기에 달렸다. 하지만 글로벌시대에 세계 각국이 투자 유치를 위해 세율을 내리고 있는데 우리만 세율을 올리는 방법으로 재정수입을 확보하기란 어렵다. 특정 세목 세율인상 바람직 안해 일반적으로 소득세는 공평기능을, 소비세는 효율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은 56대 46(2009년 기준)으로 세제의 공평기능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효율기능을 고려한 최적과세 상태다. 세제의 공평과 효율 기능의 조화를 감안할 때 특정 세목의 세율을 인상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율 인상을 자제하면서 세입을 늘리는 방안은 세원(과세표준)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장해야 세원(매출과 소득)이 확대된다. 우리 경제가 상당기간 3~4%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에 따른 세원 확대는 크게 기대할 바가 못된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수출침체, 내수둔화 등이 예상된다며 내년 성장률을 3.6%대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4.5%로 잡고 장밋빛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이후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를 밑돌 경우 균형재정 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 세입을 늘리기 어려운 저성장시대에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 세출을 줄여야 하는데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복지 확대 요구가 최대 걸림돌이다. 특히, 민주당은 집권할 경우 2013년부터 5년간 새로운 세금 신설이나 국채 발행 없이 부자감세 철회 및 세출입구조 조정 등으로 연평균 33조원(5년간 165조원)의 재원을 마련, 이른바 '3+1 보편적 복지'에 쓰겠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올해 3조2,000억원의 감세 철회, 2조1,000억원의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감세 철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세출구조 조정도 운신의 폭이 좁다. 우리나라의 총 세출예산 282조8,000억원(2010년 기준) 중 63.8%는 지출액수를 조정하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고, 나머지 일반 세출예산 36.2%(102조3000억원)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농어촌 지원 등 나름의 명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복지예산은 92조원으로 올해보다 5조6,000억원(6.4%) 늘었다. 총 세출예산(326조1,000억원) 대비 비중이 28.2%로 사상 최고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산ㆍ고령화로 2030년에 노인 사회보장비만도 218조원으로 늘어난다. 가만히 있어도 복지지출이 급증하는 구조다. 추산조차 어려운 통일비용도 기다린다. 여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추가로 복지를 늘리면 빚을 얻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균형재정은 물 건너가고 나랏빚이 늘어나면서 투자와 성장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 멈추게 된다. '보편적 복지'가 최대 걸림돌 재정을 감안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는 당장은 달콤하지만 나라 곳간을 거덜 내고 미래 세대의 희망을 빼앗는다. 복지는 재정여건을 감안해 꼭 필요한 곳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선별적 복지가 정답이다. 이래야 투자여력이 생기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가 창출되며 균형재정에 필요한 재정수입이 늘어난다. 이는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정치권의 허황된 보편적 '공짜 복지'에 속아서 이들에게 표를 준다면 균형재정 달성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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