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나라, 황영철 왕따는 크로스보팅 침해"

당내 따돌림에 정신적 고통<br>황 "소신 지키는 것 외롭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여당이 단독 처리할 때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황영철 의원에 대한 '왕따' 조짐이 나타나면서 국회의원 고유의 자유투표(크로스보팅) 권한 침해가 지나치다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2002년 우리나라에서도 '당론에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독립해 투표할 수 있다'는 자유투표가 명문화됐지만 여전히 주요 사회 쟁점법안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소신투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이에 대해 "우리나라당의 정당체제는 과거 '3김'으로 대표되는 지역맹주를 중심으로 탄생했고 이 과정에서 당론과 다른 행동은 해당행위라는 인식에 정당은 물론 유권자들도 타성처럼 젖어 있다"며 "최근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을 중심으로 '우리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이 더욱 퍼져 갈수록 의원들의 소신을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FTA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황 의원은 당내의 따돌림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천ㆍ횡성군을 지역구로 둔 황 의원은 지역농민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소신에서 이 같은 입장표명을 했지만 당장 당내에서 "내년 총선 공천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왔다. 황 의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여야를 떠나 당론과 다른 의원의 소신투표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며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참 외롭다"고 토로했다. 이번 한미 FTA 비준안처럼 국회의원들이 소신을 투표행위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례는 18대 국회 내내 지속돼왔다. 지난 5월 초 처리된 한ㆍ유럽연합(EU) FTA 비준동의안의 경우 한나라당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당시에도 황 의원 한 명뿐이었다. 반대로 민주당은 한미 FTA에 비해 비준동의의 필요성을 주장한 의원들이 많았음에도 본회의 자체를 '보이콧'하면서 모두 결석했다. 심지어 소속계파의 입장에 자기 의사를 귀속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말의 세종시 수정안이 바로 그것.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수정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의정활동 사상 첫 반대토론에 나서며 당시 친박계 의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졌다. 친박계로 분류된 의원 가운데 박 전 대표에게 맞서 '찬성'표를 던진 이는 최구식ㆍ진영 의원 둘 뿐이었다. 반면 당시 수정안이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내용이었던 만큼 서울을 지역기반으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는 데 부담이 있었을 법했지만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전무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월 노동법 개정안과 2009년 7월 당시의 미디어법ㆍ금융지주사법 개정안(기업의 은행 소유 허용), 2008년의 감세법안(종부세법,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등 18대 국회의 주요 현안에서 여야 의원들의 투표행위는 철저히 당론에 따랐다. 이처럼 자유의사가 보장되지 않은 채 당론에 기반해 표결에 나서는 풍토는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최근 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국회의원들이 소신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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