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상선 우호주주 손바뀜?


대표적인 현대그룹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케이프포춘(Cape Fortune B.V.)이 현대상선 주식과 콜 옵션(Call Option)을 잇따라 매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케이프포춘과 현대그룹이 7년간의 밀월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프포춘은 21일 현대상선 주식 150만주를 특정 가격에 되살 수 있는 권리(콜 옵션)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했다. 케이프포춘은 이에 앞서 19일에도 현대상선 보통주 150만주를 장외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넘겼다. 주당 매도 금액은 2만3,650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354억7,5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케이프포춘의 현대상선 보유지분은 기존의 6.61%에서 5.10%로 줄어들게 됐다. 케이프 포춘은 고(故)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허치슨 그룹의 자회사로 지난 2004년 6월 현대상선 자기주식 1,236만5,040주(8.7%)를 매수하며 지금까지 현대그룹의 대표적 우호세력으로 꼽혔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케이프포춘은 보유 지분을 처분할 경우 현대그룹이 먼저 살 수 있는 ‘우선 매수권’을 옵션 조항으로 넣었다. 하지만 이러한 옵션계약의 만료일인 31일을 앞두고 케이프포춘이 현대상선에 대한 지분과콜 옵션을 매각하는 등 이상 조짐이 보이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관계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 22일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와 케이프 포춘은 지난 15일 콜 옵션 계약을 변경했다. 우선 케이프포춘(매수자)가 매수 가격 이상에 매도할 경우, 현대상선과 케이프포춘은 차액을 25%대 75%로 배분한다. 또 매수자는 오는 31일까지 장내 거래하거나 1대 주주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 시에만 처분이 가능하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정하는 피지명인이 대상 주식을 콜 옵션 행사가격과 다른 특정 지정가격에 취득할 수 있도록 통지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는 지정가격과 콜 옵션 행사가격 차이로 발생한 손실 금액을 케이프포춘 측에 지급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선 케이프포춘 측이 연이어 현대상선 주식과 콜옵션을 매각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현대엘리베이터와 우군 가운데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측에 판 것은 둘 사이의 관계에 모종의 변화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대 주주(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닌 다른 곳에 콜 옵션을 매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금액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대목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케이프포춘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른 대안을 물색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론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배당이나 주가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 측은 케이프 포춘과의 협력 관계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측 관계자는 “케이프 포춘이 지분을 넘긴 것은 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간 맺은 2% 지분 매입 협약에 따른 것”이라며 “허치슨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20년 이상 된 비즈니스 파트너로 앞으로 협력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약간의 지분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옵션 계약과 같은 기본적인 협력 관계는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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