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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6~7월에 한 달 간격으로 입주한 성북구 길음뉴타운 8단지와 7단지는 각각 1,617가구와 548가구 규모로 단지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8단지 전용 84㎡는 입주 초기 5억3,5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됐다가 지금은 5억2,000만원으로 가격이 조금 내렸다. 5억원선이던 7단지 84㎡는 현재 4억7,5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단지인 8단지 아파트값이 2.8% 하락한 반면 중소규모 단지인 7단지는 5% 가량 가격이 빠졌다. 입지와 브랜드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단지 아파트값이 가격 상승기에는 더 많이 오르고 하락기에는 덜 내린다는 속설이 들어맞는 사례다.
일반적으로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는 단지 내 편의시설이 잘 갖춰지고, 단지 주변으로 교통망을 비롯해 각종 상업·문화·편의시설 등이 구축돼 주거환경이 우수하다. 또 가구 수가 많을수록 인건비 등 공용관리비가 저렴해지고 환금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다만 대단지 아파트라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입지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기대했던 것 보다 프리미엄을 누리기 힘들 수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가구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미분양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분양을 받을 때 유의해야 한다.
◇커뮤니티 시설 잘 갖춰지고 인근 생활편의시설도 풍부= 올 1~5월에 전국에서 공급된 81곳의 민영 아파트 중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아파트는 여덟 곳으로, 이중 네 곳은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엠코가 3월 울산시 화정동에서 분양한 '엠코타운 이스턴베이'는 1,897가구, 삼호가 익산시 어양동에서 어양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e편한세상 어양'은 1,200가구로 대단지였지만 1순위 마감됐다.
1ㆍ2단지를 합쳐 2,132가구의 대단지를 이루는 '창원 마린 푸르지오'도 310가구 규모의 2단지가 1순위 마감에 성공했고, '포항 양덕3차 삼구트리니엔'은 730가구 규모지만 이미 공급된 1ㆍ2차와 합치면 2,316가구의 브랜드 타운을 형성한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리서치팀장은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는 지역 내에서 랜드마크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아 인지도 때문에 환금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아파트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단지 규모뿐 아니라 편리한 교통ㆍ우수한 학군ㆍ저렴한 분양가ㆍ풍부한 배후수요ㆍ중소형 평형 위주의 단지 설계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다 대단지가 갖는 프리미엄이 곁들여 지면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단지 아파트는 규모가 큰 만큼 단지 내에서 문화ㆍ여가생활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지는 경우가 많다. 엠코타운 이스턴베이의 경우 단지 내에 특화된 맘스&키즈 카페를 비롯해 남녀독서실ㆍ도서관ㆍ개인스튜디오ㆍ피트니스센터ㆍGX룸ㆍ골프연습장ㆍ스크린골프ㆍ연회장ㆍ영유아보육시설 등이 마련된다. 창원 마린 푸르지오도 피트니스센터ㆍ골프클럽ㆍ독서실ㆍ문고ㆍ대규모 보육시설 외에도 냉ㆍ온탕 및 건식사우나ㆍ최상층 피트니스클럽ㆍ로비층 글라스 하우스 및 세대창고 등이 설치되는 등 특화된 커뮤니티시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입지 경쟁력ㆍ분양가 적정성 따라 프리미엄 편차 커= 통상적으로 대단지 아파트는 값이 오를 때에는 중소형 단지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하고, 가격이 내릴 때에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가구 수가 많고 평면도 다양해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가격이 하방 경직성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0년 5월부터 입주한 1,330가구 규모의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2단지 84㎡는 4억8,000만원이던 시세가 현재 4억6,000만원으로 4.2% 가량 떨어졌다. 같은 해 9월에 입주한 미아뉴타운 송천센트레빌(376가구) 84㎡는 5억1,000만원에서 4억8,500만원으로 5%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형에 따라서는 가격 등락폭에 다소 편차를 보인다. 래미안트리베라2단지 59㎡는 같은 기간 3억2,500만원에서 현재 3억2,750만원으로 소폭 오르는데 그친데 반해 송천센트레빌 59㎡는 3억7,3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대단지 아파트의 프리미엄도 상당부분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아파트가 일정한 프리미엄을 갖기는 하지만 입지와 가격에 따라 시세 등락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단지 아파트라도 가격이 비싼 경우 집값이 떨어지면 중소 규모 단지에 비해 하락폭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시기에는 대단지 아파트의 매물이 더 많이 쌓일 수 밖에 없고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면 시세 하락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지역 평균보다 비싼 아파트가 많아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대단지 아파트의 장점이 다양하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서는 분양가의 적정성과 입지 경쟁력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