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수지·BIS비율 개선에 '숨통'

내년초 대출부실 현실화 우려에 선제적 대응 조치<br>6兆3,000억 지원 효과…사실상 지준율 인하와 비슷

한국은행은 3일 예정에 없던 임시금통위를 열고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 및 BIS비율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금통위 모습.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이 장롱 속에 묵혀 있던 ‘지준부리’제를 21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은 은행권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만 해도 수조원의 이익을 냈던 은행들은 최근 금융위기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나빠졌고, 특히 내년 초에는 키코와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은행권의 수익성과 여신여력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터주고 궁극적으로 BIS비율에 도움을 주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지준율 대신 꺼낸 카드=중앙은행이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지준부리’제는 한은이 창립한 지난 1950년대부터 시행됐다. 이후 은행 수지 개선을 위해 한은에서는 간헐적으로 1~3%선에서 이자를 지급해오다 1986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이자 지급을 그만뒀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이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공적자금 투입마저 논의되면서 한은이 21년 만에 지준부리제를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최근 금융위기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10월 전격적으로 지준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은행권에서는 지준율을 인하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은은 지준율은 조금만 조정해도 국가 전체의 통화량이나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지준율 변경에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지준율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은행권을 도와주는 방안으로 지준부리제라는 묘수를 빼든 것이다. ◇은행 BIS비율에 활로=한은은 지준부리제가 사실상 지준율 인하와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지준금에 이자를 지급할 경우 은행권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여신여력도 확충되며 이를 계기로 BIS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준율을 인하해도 은행들은 BIS비율을 지키기 위해 여유자금을 대출에 돌리지 않고 고스란히 한은에 맡겨 연 4%의 수익을 얻어갈 것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지준율을 인하하는 것이나 지준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나 효과는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의 지준금은 은행이 자체 보유한 시재금 3조원과 한은에 맡긴 23조원 등 총 26조원에 달한다. 만약 현재 평균 3.5%의 지준율을 3%로 내릴 경우 약 4조원이 은행에 환류되는데 이 효과와 지준금에 이자 지급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비슷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또 “은행은 내년 초 키코와 중기 대출 부실이 확산되며 현금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선제적 대응으로 내년 초 은행권의 BIS비율까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의 지준금 이자는 올해 발생 예정인 수익에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환율 급등으로 외환보유액 운용을 통해 얻은 수익이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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