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BNP파리바에 대한 벌금 부과 규모가 "불공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주 미국 뉴욕주 규제당국을 만나 천문학적인 벌금이 프랑스 은행에 미칠 영향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규제당국은 BNP파리바가 지난 2002~2009년 이란·수단·시리아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0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벌금액은 지난해 BNP파리바의 세전이익인 112억달러와 맞먹는다. 나아가 미국은 BNP파리바에 대해 달러 송금업무 제한 등의 규제조치까지 벼르고 있다.
올랑드 정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BNP파리바에 대한 규제가 은행권 전체에 타격을 주면서 이제 막 침체에서 벗어난 프랑스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는 오바마 정부가 미 국민의 반월가 정서를 무마시키고 유럽 은행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BNP파리바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셸 사팽 금융장관은 이날 "프랑스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 펀더멘털을 방어하기 위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프랑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BNP파리바에 잘못이 있으면 제재해야 하지만 벌금규모는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미국이 (유럽과의) 파트너십이나 상호주의 정신을 지킬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미 정부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5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 간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BNP파리바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무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올랑드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헬기 수출을 고집하고 GE의 알스톰 인수를 저지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미 규제당국은 BNP파리바는 물론 10여개의 유럽 은행에 대해서도 제재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미·EU FTA에 대한 반감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